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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백인미녀, 뚜껑없는 버스 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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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일 오후 천장개방형 시티투어버스 시승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버스 2층에 앉아 숭례문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는 주요 전통시장을 도는 노선을 신설해 22일부터 운행한다. [뉴시스]

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빨간색 이층버스에서 내린 외국인 30여 명이 한복상가로 들어간다. 이란에서 온 가잘레 안사리(22)는 한 가게에서 남색 저고리와 빨간 치마를 입어봤다. 한복을 처음 입어본다는 그는 “생각보다 편하고 색깔이 너무 예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애덤 브라운(19)과 여동생 세라(16)가 한복을 차려입자 함께 온 외국인들이 “판타스틱(fantastic)!”을 외치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댔다. 브라운에게 한복을 입혀주던 가게 주인 장순자(61)씨는 “맞춰놓은 것처럼 잘 어울려 선물로 줘야겠다”며 흐뭇해했다.

 서울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연결하는 시티투어버스 노선을 만들어 22일부터 운행한다. 보통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장을 외국 관광객이 편하게 찾으면서 서울의 문화와 패션, 맛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통시장을 관광상품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다. 시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외국 학생들이 이날 이 버스를 미리 타봤다.

 광장시장에서 이들은 먹거리 탐방도 했다. 빈대떡 가게에 들른 일본 학생 아이코 미즈키(23)는 “오코노미야키와 비슷하다”며 한 접시를 금세 비웠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미국 영화감독 팀 버턴도 이 시장에 들러 빈대떡에 막걸리를 곁들이며 벽에 낙서를 남겨 화제가 됐었다. 타지키스탄 출신 투르디에바 마디나(21)는 “인사동이나 남대문시장은 알았지만 한국에 이렇게 다양한 시장이 있는지는 몰랐다”며 “어느 나라를 가든 시장 구경을 하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막상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버스는 의류상가가 밀집한 동대문 두산타워를 출발해 중구 방산·중부시장, 남대문시장, 종로 보석상 거리, 숭인동 도깨비풍물시장, 경동시장, 대규모 한약재 유통시장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장,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등을 돈다. 중구 중앙시장 정류소에 내리면 신당동 떡볶이 골목도 걸어갈 수 있다.

 도심과 청계천 등을 둘러보는 기존 시티투어버스처럼 2층 버스인데, 전통시장 노선에는 2층이 뚫려 있는 버스 한 대가 도입됐다. 승객은 정류장 15곳 어디에서든 내리고 탈 수 있다. 3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5개국 언어로 안내방송을 한다. 종일 이용 승차권이 1만2000원(성인 기준).

 서울시 박진영 관광사업과장은 “시장별로 터줏대감 같은 상점을 탐방하는 코스를 개발하는 등 관광객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하의 날씨에 사방이 뚫린 버스에 탄 외국인들은 무릎에 담요를 덮는 등 추위를 호소했다. 한 외국인은 “한국 겨울은 날씨가 너무 추워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투명한 유리 가림막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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