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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대출의 회수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 은행감독원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금융 기관 연체 대출금에 대한 특별 조치법」에도 불구하고 그 입법 때문에 금융기관 연체 대출금의 회수가 그리 용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그 이유로서 자금 수요 사정 때문에 기업가들이 36·5%의 연체 금리에 구애되고 있지 않으며 시중 전체 자금 사정도 핍박상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19일에 밝혔다.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 조치법은 법률로서의 형평의 원칙에서 크게 어긋나간 특별법으로서 ①이해 관계인의 제한 ②공시 송달 방법의 채택 ③항고의 제한 ④채권자 측인 은행 일정 제의 확립 등에 의해서 금융 기관의 연체 회수에 크게 유리하도록 제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기관 감독의 총수인 감독원장이 연체 회수의 전망을 비관시 했다는 사실은 금융 정책 전반에 걸친 중대한 결함을 자인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금리 현실화 이전의 연체 대출 비율은 8%이었던 것이 지난 6월15일 현재로는 15%로 배가되고 있다 한다. 작년 9월말에 단행된 금리 현실화 조치는 저축을 증강시키고 연체 대출을 회수하여 금융을 정상화시키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과, 최근까지도 금리 현실화 정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정책 당국자는 호언을 계속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목적과는 반대로 오늘의 현실은 연체율의 배가와 자금 사정의 핍박, 그리고 사상 금리의 상승을 초래시키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금리 현실화 정책 자체에 커다란 결함이 내재되어 있었음을 입증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정책상의 차질은 물가 정책의 실패와 역금리 체계 등에 기인된바 큰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물가 정책 내지 투자 정책과 금리 정책은 처음부터 모순된 것이었다고 하겠으며, 그 지극히 당연한 귀결로써 오늘날의 사태가 조치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기업가가 그 유례가 없는 연체 이율 36·5%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으며, 요컨대 그것은 물가 정책이나 투자 정책을 외면한 금리 정책의 파산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연체율 배가를 재래 시킨 원인의 대부분은 정책 당국에 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실패의 원인 외에도 연체가 증가되지 않을 수 없었던 요인이 금융 기관 내부에도 만성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첫째, 현재의 금융 기관 대출은 거의 인적 관계를 토대로 해서 행해지고 있으며, 때문에 표면상의 금리와 기업 부담율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은행 금리는 싸지만 장기간 이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비싸다는 이치가 통용되고 있으며 이에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는 소인이 내재되어 있다.
둘째, 정치적 또는 그밖의 방계 작용에 의해서 대출되는 경우 그 대부분은 담보가 부실하며 그 때문에 채무자에게는 연체가 하등 두려울 것이 못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불건전한 대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한 연체 회수는 끝내 어려울 것이다.
세째, 현재 알려진 연체율 17%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오히려 인적 관계나 정치적 작용으로 대출된 것은 그 대부분이 연체되지만 그것들은 증대나 서환으로 「커버」하여 형식상으로는 연체 계수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몇가지 점만을 보더라도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 조치법은 군소 연체자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될 우려가 농후하고 연체 회수의 주요 대상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금융 질서의 정상화는 투자 정책과 금리 정책간의 마찰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와 아울러 금융 기관 운영의 건전화에 그 해결이 있는 것이지, 특별 조치법으로 약한 자에게만 가혹하게 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을 정책 당국이나 금융 담당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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