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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명절 전후에 고향 찾는 발상의 전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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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명절이 싫어지면 어른이 됐다는 증거라는 말이 있다. 결혼과 함께 명절이 부담스러워진 것을 보면 상투를 틀어야 어른 대접을 받았던 조상들의 혜안이 돋보인다. 어린아이들이 소풍날을 기다리듯 고대하고 고대하던 연휴임에도 명절이 고달프게 느껴지는 것은 일단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차량들이 일시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고속도로 사정도 명절이 고달픈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차량들과 부대끼며 어렵게 고향을 방문한 뒤에도 처가나 지인들을 찾아 다니며 또 한번 교통 지옥을 맞봐야 한다.

수구초심의 애틋한 마음이야 아름다운 것이지만 이제 이런 문화를 미풍양속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명절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교통정체로 인한 혼잡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연휴를 앞두고는 출근 후에 업무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또 귀성채비로 조기퇴근을 하기 마련이고 연휴기간 내내 길에서 진이 빠진 운전자는 귀경 후에 쉬지도 못한 채 피곤한 몸으로 또다시 출근길에 올라야 한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이 얼마나 생산성 손실이 큰 일 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중간에 차량고장과 사고로 애로를 겪는 많은 운전자들과 아예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까지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요즘처럼 도로가 잘 닦여있고 통신수단이 발달한 세상에 평소 몇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길을 굳이 명절기간을 택해서 종일 다녀올 필요가 있을지, 과연 조상님이 자손들이 저리 힘들어 하는데 명절날에만 성묘를 받겠다고 지하에서 고집을 부리고 계실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향은 명절연휴의 전이나 후에, 이도 아니면 평소에 자주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아예 이번 성묘 때는 조상님께 다음 명절부터는 명절 전에 다녀가겠다고 신고를 하면 어떨지 생각해본다. 이것이 국민정서상 시기상조라면 당국에서도 직장인들이 눈치보지 않고 연휴 앞뒤로 연차휴가를 많이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명절뿐 아니라 여름 휴가철에도 이같은 방식을 적용해 일시에 집중되는 휴가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검토했으면 한다. 이번 명절, 아니면 다음 명절은 한정된 도로를 나눠 쓰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이를 계기로 매년 일정 기간마다 몸살을 앓는 전국 곳곳의 도로가 조금은 안정되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의 명절이 집에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즐기는 연휴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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