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기 얻은 「구주 안의 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의 한국유학생이 50여 개국이 참가한 국제학생제 (Fete des nations)에서 1등 상을 획득하였다. 지난 6월19일「파리」교외 대학시에서 열린 이 국제학생제는 세계각국서 「파리」에 유학중인 학생들이 방학을 앞두고 갖는 1년 중 최대의 축제인데 각국 학생사이에 친목을 도모하고 각국의 고유한 관습이나 풍습, 생활양식 등을 소개하는 문화교류 계획인 것이다.
이번 학생제에는 미·영·「불」 등 자유우방국가는 물론 4개 공산국가도 포함한 50여 개 국가의 다양한 문화가 소개되었다. 미국청년들은「텍사스· 카우보이」차림으로 미국서부의 기개를 보여주려 애썼고 「아프리카」흑인들은 정열적인 춤과 애절한 북소리로 주목을 끄는가 하면 북구의 미녀는 파랗고 노란 의상에다 금발을 자랑하며 「포크댄스」를 추면서 수많은 관객의 발을 멈추게 하였다.
50여 개국의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1등 상을 탄 한국은 축제 당일에 벌써 인기절정이었다. 영국의 신사, 미국의「카우보이」,「이집트」의「파라오」, 일본의「기모노」, 「아프리카」의 추장복을 한 관객들이「한국의 집」앞에서 성시를 이루었다. 대문의 두 기둥 단청에 『엑셀랑』(훌륭하다)을 연발하며 「한국의 집」으로 들어선 관객들은 이날 입고 나온 여학생들의 갑사치마저고리에 반해 옆을 떠나지 않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기백 년의 신비를 간직한 듯한 고색창연한 담 안으로 들어서면 불고기 굽는 냄새에 「에트랑제」의 발걸음은 돌아설 줄 몰랐다.
너도나도 다투듯이 불고기를 사먹는 모습을 이 땅에서 본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더 없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었다. 이날「한국의 집」에서는 불고기 찹쌀떡 화채를 여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처음 맛보는 한식에 반한 이들은 「파리」에는 왜 한국음식점이 없느냐고 따져 대답에 궁하게 하였다.
이에다 우리 나라의 인기를 더해 준 것은 야외극장서 벌어진 각국 민속「콩쿠르」였다.
한국은 배당된 7분간의 짧은 시간을 최대로 이용하기 위해 장구춤 궁중무 도라지타령 등 세 순서를 연출했는데 참관한 수천 명의 관객들은 조용한 한국의 정서 속으로 이끌린 채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나라 학생들은 「한국의 집」을 짓기 위해 약2주일 전부터 조상근씨 (「파리」미술대 건축,과학생) 설계를 가지고 밤을 새워가며 씨름을 하였다.
몇 사람은 톱질을 하고 한편에서는 못을 박고 미술학도는 색칠을 하는 등 일치단결로 집을 완성했다. 대학시내에 한국관이 없는「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결코 지지 않겠다는 열성과 분발심으로 우리 나라학생들은 영예스런 일등을 차지하여 한국선전에 커다한 한 몫을 담당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