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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쑥쑥] 토종생물 세계 머리에 쏙쏙

중앙일보

입력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텔레비젼에 나와 말한다."우리 영화, 비디오로 빌려보지 마시고 꼭 극장에 오셔서 보세요. 좋은 관객이 좋은 영화를 만듭니다."

그 뒤로 나도 안성기씨의 말투를 흉내내어 "단행본으로 나오는 우리 책은 사보시고,외국 번역물은 빌려보세요"하고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듯이,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줄 작가가 없는 민족 또한 제대로 된 역사를 꾸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열된 입시제도가 출판문화와 독서를 왜곡시키기도 한다.중학생이 되면 수능시험 준비에 몰입해야 한다며 초등학교 때 독서를 끝내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 책 출판을 기피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출판은 문화행위이고 작가는 책을 통해 자기 생각을 말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야하는 것이다.

최근 다른세상 출판사와 지성사에서 우리 나라의 자연과 생태, 동식물에 대한 책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두 출판사 모두 우리 나라 학자들이 몇 십 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한 권 한 권 책에 담아내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연구대상에 대한 학자들의 애정이 한결같이 각별하여 '두루미'책을 읽다보면 두루미를 사랑하게 되고 '개구리'책을 읽다보면 개구리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상세하면서도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쓴 결과일 것이다.

예를 들어 『두루미』를 쓴 배성환씨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의 추위와 싸우며 십 수년간 두루미를 조사했는데 항상 두루미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 정도라고 한다.

또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를 쓴 심재한 박사는 책을 내기 위해 뜬 눈으로 새벽을 맞곤 했는데, 정보전달을 뛰어넘어 개개인이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고 생명공동체에 눈뜨기를 바란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이밖에 다른세상이 낸 『춤추는 물고기』『저 푸름을 닮은 야생동물』 등에서도 작가들은 한결같이 서식지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소중한 생명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지성사의 『버섯』 『한강에서 만나는 새와 물고기』 『열려라 거미나라』 『뱀』 등 '자연사박물관 시리즈'도 우리 나라 학자들이 쓴 생태이야기다.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우리 땅에 사는 생물들에 대해 알아나가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아는 것과 닿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뱀과 개구리.물고기들에게서 생존전략을 배우기도 하고,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면서 누구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하고 값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책들은 상업성에 개의치 않고 반드시 필요하기에 출판한 책들이라 여겨진다. 두 출판사가 낸 책들이 모이면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토종생물들이 차분하게 정리될 듯 하여 한 권 한 권 책이 나올 때마다 반갑다.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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