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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세계에서 방황하는 서구 사상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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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독을 다녀와서-임석진
결정적인 파국을 가져왔던 2차대전이 끝 난지 20년이 되는 지금 「유럽」은 정치·사상의 분야의 가지가지의 파상적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존철학의 태두인 「사르트르」가 여러 차례의 너무나 중대한 동요를 겪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야스퍼스」도 작년부터 연달아 서독 정부의 내외 정책에 맹렬히 도전하고 있다.
서독의 핵무장과 치안 유지법을 비판하고, 동독수상 「울부리히트」에게 연방제에 의한 토 독 방안을 제의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커다란 파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3개월 전 「슈피겔」지는 「하이메거」「나찌」에 적극 협력한 사실을 적발하여 규탄하는 논문을 실어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일들은 정신문명 전반이 겪고 있는 시대적 번 민과 혼미 속에서 떨어 질 수 없이 얽혀있는 「이데올로기」와 현실의 대치관계를 노정 시킨 예라고 하겠다.
서독의 철학 계에 나타나는 사실들도 현실적인 정치문제와는 독립된 모습으로 현대의 철학자가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국가에 있어서 최고선을 지향하거나, 자연철학의 방향으로 나가든지, 「헤겔」의 변증법을 새로이 구사하는 등 독자적인 길을 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아직도 서구의 사상계에 괄목할 만한 방향을 제시한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학계사상계 방황하는 내적 세계에서 탈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드골」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나타나는 새로운 국면과, 「루마니아」가 대소·대 중공 관계에 취하고 있는 새로운 결정 같은 것은 「이데올로기」진영간의 상호이해 증진과 평화공존을 희구하는 서구 지성 계에 큰 문제를 던지고 있다. 세계의 정치구조를 뒤바꾸는 중대한 전기를 이룰 수 있는 이 두 가지 사건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이것이 논의될 때마다 월남문제가 동시에 다루어진다. 동양에 대한 관심과 연구열이 날로 높아져 가는 그들이지만 극히 난처한 입장을 자초하는 듯한 이 문제에 관한 한 소극적인 비개입론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의 지정 적 거리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오는 9월에 열릴 국제 「헤겔」연맹총회에서는 동서를 망라한 대 철학자들이 모두 모여들어 1주일동안 연구 발표와 토론을 벌이게 된다. 폭넓게 마련되는 이러한 모임에서 새로운 사조가 싹트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서구의 지성 계가 비록 답보상태에 있는 듯하지만 사상과 현실의 양면에서 좀더 적극적이고 행동적인 단계를 멀지않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서구의 지성인과 사조와의 접촉 및 교류를 통하여 역학적인 교호작용을 하고 향방을 모색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태세를 갖추어야 될 것이다.【서울문리대 강사·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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