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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30 법칙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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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호 30면

“꿈은 내가 좋아하는 70과 내가 너무 하기 싫어하는 30을 완수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특히 하기 싫은 30에서 꿈이 완성되기 때문에 이 싫은 30을 잘 공략해야 한다.”
며칠 전 한 TV쇼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한 말이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악가나 연주자는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연주하는 것은 좋지만 그 무대를 위해 고된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 싫을 것이고,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좋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많은 것들과 남과 다른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창작의 고통이 싫을 것이다. 사업가와 직장인들은 돈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은 좋지만 밤낮으로 일터에서 일하는 것은 싫을 것이고, 학생들은 학교생활은 너무 즐겁고 좋지만 공부하는 것은 싫을 것이다.

난 무대에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역할로 다른 삶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테크닉을 연마하며 몸관리를 해야 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아침마다 1시간30분간 진행되는 클래스(발레의 기본동작을 연습하는 것)다. 농담으로 무대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관두고 싶은 것이 아침 클래스라고 말할 정도다(취미로 발레클래스를 다니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용수에게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이 바로 아침 클래스다. 발레에 몸을 최적화하기 위해 하는 수련 같은 것이라고 할까. 발레에서 어려운 동작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을 게을리하게 되면 다른 동작들을 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잠깐이라도 쉬게 되면 우리의 몸은 편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새 몸은 풀어져 버린다.

나로서는 매일 아침 같은 동작을 20년 넘게 하고 있으니 지겨울 만도 하건만, 내 몸은 이 70대 30의 이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클래스를 게을리하면 여지없이 티가 난다. 그러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무대와 춤을 위해 다시 한번 바를 잡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30을 시작하곤 한다.

과연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 훌륭한 예술가들이나 유명 인사들에게 물어보아도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즉 꿈을 이루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얘기다. 꿈이란 계속 진화하는 것이고 꿈을 이루면 그 꿈을 넘어선 또 다른 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간의 욕심이 더 새롭고 더 큰 꿈을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평생 동안 노력해도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너무 쉽게 꿈을 이루는 듯 보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좋아하는 것 70을 하고 싫어하는 것이 30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 30이고 싫어하는 일을 70이나 하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꿈에 근접해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후자의 사람들이 보았을 때 전자의 사람들은 꿈을 이룬 사람들로 보이지 않을까. 좋아하는 10이라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싫어하는 90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에서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70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것이고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서 50대 50으로까지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70대 30이란 비율이 내가 보기엔 정말 성공한 사람의 인생 같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정말 싫어하는 일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 즉 노력인내끈기연습 등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 꿈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많은 시련과 고난의 시간을 겪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시련과 노력 없는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꿈이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고 그것을 평생의 직업으로 갖는 것이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고된 훈련을 했고 지금도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습에 매진하고 또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도에 슬럼프도 많이 겪었지만 그것을 잘 이겨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도 변화하는 나의 꿈을 위해 이 70대 30의 법칙을 항상 기억하고 노력할 것이다.



김지영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역임했다. 1999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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