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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해외사업·세일 내리막, 돌파구 찾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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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호 22면

유통 빅3 오너들의 주요 위기극복 전략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2% 줄었다. 고객이 매장에서 얼마만큼 물건을 사느냐를 보여주는 객단가는 4만2000원 선으로 2003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사정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영업시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유통업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규제가 강화된 것도 매출 감소로 연결되는 직격탄이다.

내수 침체·경제민주화 협공 속의 유통 '빅3'

롯데쇼핑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사업까지 부진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해외 부문에서 지난해 1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것으로 예측한다. 2011년(약 500억원)에 비해 배 가까이로 늘었다. 중국 사업 적자가 500억원대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롯데는 2008년 문을 연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한 베이징(北京)점을 조만간 합작사에 넘기고 손을 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4~20일 진행한 신년세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8.9% 감소했다. 매출 증대를 기대했지만 실제 손에 받아 쥔 성적표는 초라했다. 주가에도 즉각 영향을 미쳤다. 주가는 세일 종료 후인 21~25일 5일 연속 하락했다.

신세계·롯데·현대, 국내 유통 빅3가 내우외환(內憂外患) 속에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보를 위한 혈전을 하고 있다. 지금 빅3를 둘러싼 환경은 가혹하기만 하다.
가장 큰 우려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각된 경제민주화다. 새로운 사업 진출은 고사하고 기존 점포의 매출 감소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동네상권이 다 무너지면 제빵기술을 배우겠다는 사람조차 없어질 것이다. 골목상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 달라”고 강조하면서 작은 점포도 내기 어려워졌다. 검찰은 지난달 정용진(45)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58)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42)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을 각각 벌금 700만원, 500만원, 4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들은 골목상권 관련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아 국회로부터 고발당했다. 내수시장은 바닥 모를 침체다. 지난해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 판매는 백화점·대형마트 등 모든 업종에서 일제히 줄었다. 전달에 비해 1.1% 감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올 1분기 유통업 경기전망지수도 기준치 100을 밑도는 87이다. 지수가 100 아래면 경기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인터넷 쇼핑몰만이 105로 기준치를 넘었다. 대형마트는 76으로 모든 업태 중에서 최하위였다. 백화점도 95로 기준치에 못 미쳤다. 김경종 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 닫아 올해 소매 유통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 전망이 나빠지면서 해외로 발길을 돌려보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빅3 오너, 경영 일선에서 격전
이런 속에서 기존 시장을 뺏고 빼앗는 유통 빅3 간 혈투는 점점 치열해진다. 서로를 음해하는 괴문서가 나돌기도 한다. 총수들을 자극하는 내용들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요즘 신문 보기가 겁난다고 할 정도다. 이마트 직원 사찰 논란에 계열사 부당 지원 문제까지 걸려 있어서다. 최근에는 ‘인천터미널’ 수성을 둘러싸고 롯데와 한창 전투를 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백화점·이마트 매장을 수시로 돌아보면서 임직원들에게 “지금 대내외 상황이 어렵더라도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힘써 달라”며 기본을 강조한다. 그는 연초 “신세계는 단순한 소매·유통기업을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고 지속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터미널은 자존심 싸움까지 겹쳤다. 이곳은 신세계 백화점이 2017년까지 장기 임대계약을 하고 현재 인천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롯데와 인천시가 지난달 30일 ‘인천터미널 부지 복합사업개발’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졸지에 백화점을 빼야 할 판이다. 신세계는 즉각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신세계는 매매계약 이행과 관련된 행위를 일절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31일 인천지방법원에 냈다. 롯데는 “법적인 부분은 인천시와 롯데가 충분히 검토해 문제가 없다. 수개월에 걸친 협상에서 안일하다가 뒤늦게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롯데는 매출 부진에 차기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가 될까 봐 노심초사다.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많은 특혜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는 인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2 롯데월드 설립 허가, 맥주사업 진출, 면세점 AK글로벌 인수, 경인고속도로 연결 민자고속도로 건설 등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굵직한 사업을 연이어 따낸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새 정부에서 이런 사업에 대해 특혜가 없는지 들여다볼까 봐서다.

롯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MB정부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지만 불법 소지는 아무것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롯된 경제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현금 상황이 좋아 여러 사업에 진출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이라는 근본적 위기가 더 걱정”이라며 “최근 그룹 차원에서 위기대응 컨설팅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우선 내부 결속에 나섰다. 지난달 말 계열사의 팀장급 직원 2000여 명에게 신간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을 선물했다. 혁신과 신흥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시중 판매에 앞서 특별 제작된 이 책 앞부분에서 신 회장은 “신흥개발국을 단순한 소비시장이나 생산기지로 보지 않고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의 지렛대로 보는 이 책의 관점이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롯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해외사업에서 적자를 보지만 꾸준히 투자를 늘려 지금의 부진을 털어낼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다.

현대백화점은 신세계·롯데에 비해 지금 상대적으로 수월한 입장이다. 백화점 전문그룹으로 골목상권 보호의 직접 대상이 되는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SSM)이 없어서다. 내수시장 침체라는 공통된 위기는 피해갈 수 없다. 정지선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관계 강화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회사는 그동안 정 회장 주도로 여러 신사업에 손을 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걱정이다.
 
아웃렛·백화점으로 불황 늪 탈피 모색
빅3는 모두 “내수 침체, 경제민주화 협공에 별 대책이 없다”고 한탄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려운 가운데 확장 경영은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

아웃렛 사업의 경쟁적 진출이 대표적이다. 경기침체기에 적당한 업태라서다. 롯데는 지난달 서울역에 아웃렛 점포를 열었다. 앞으로 충남 부여와 경기도 이천에 교외형 점포도 연다. 현재 경기도 여주·파주 두 곳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운영하는 신세계는 올해 하반기 부산 지역을 추가한다. 아웃렛 사업에 가장 늦게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월 낙찰받은 한강 아라뱃길 김포터미널 부지에 연면적 5만2000㎡ 규모의 점포를 2015년 개장한다. 지난해 4월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트에 비해 ‘골목상권 침해’ 압력이 낮은 백화점은 양보할 수 없는 격전장이다. 지난해 1조2500억원을 들여 서울 반포의 센트럴시티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신세계는 이곳에 있는 강남점을 3년 내 전국 1위 점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점포 증축 및 지역 특성에 맞춘 대형화·고급화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34개의 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는 ‘젊고 패션이 강한 백화점’을 앞세운다. 해외 백화점 사업도 강화한다. 올해 5월 인도네시아에 백화점을 열고 중국 청두와 산둥성 웨하이시에도 새로운 점포를 낸다. 내년에는 하노이점도 예정돼 있다. 해외사업 적자에 대해 롯데 측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10~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서울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증축에 힘을 쏟는다. 무역센터점 증축이 10월 마무리되면 매장 면적이 1만7000㎡ 늘어나고 매출도 1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압구정점도 증축해 매장이 2100㎡ 늘어난다. 매장을 늘려 감소한 매출을 보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빅3의 행보에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토러스증권 김지효 애널리스트는 “인천터미널을 둘러싼 롯데-신세계의 싸움은 시장 포화에 따라 기존 시장을 뺏고 뺏기는 쟁탈전이 본격화한 신호탄”이라며 “아웃렛 매장을 강화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대책을 내놓지만 국내외 경기 침체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민영상 애널리스트는 더 비관적이다. “이마트는 많을 때는 한 해 15개까지도 새 점포를 냈는데 지금은 각종 규제로 한두 개도 힘들다. SSM도 골목상권 침해라는 따가운 시선이 걸림돌이다. 온라인몰을 저마다 강화하지만 비용부담이 크다. 아웃렛도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유통채널 모두 돌파구가 잘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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