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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닮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동인씨의 소설에「발가락이 닮았다」는 것이 있다. 난봉꾼이 어쩌다가 그렇고 그런 여인과 결혼을 하게되었는데, 아들이 하나 생기게 된다. 그는 그게 과연 자기의 아들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한다. 어디를 봐도 자기를 닮은데가 없는 것이다. 눈·코·입…이모저모를 뜯어보고 있던 그는 마지막에 가서 그애의 발가락이 자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든다. 「발각락이 닮았다」…결국 그는 거기에 한가닥 희미한 희망을 걸고 자위를 한다는 거다.
유치원 학생들이 곧잘 부르는 노래가운데『두귀는 얼룩귀…엄마 닮았네…』라는 것이 있지만 발가락이 닮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측은한 일이다. 김동인씨의 소설뿐만 아니라「마담」「버터플라이」가 많은 까닭인가? 그와 비슷한 고민을 그린 소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오늘에도 백「퍼센트」로 부자의 핏줄기를 증명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어떤 문인은『원칙적으로 자식은 어머니가 길러야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확신할수 있는 혈육은 오직 모자지간의 핏줄뿐이다』라고 절망적인 발언을 한일이있다.
요즈음 배우 N씨에 대한 친권소송이 다방의 참새족들의 화제가 되어있는 모양이다. 다만 N씨의 경우가「발가락이 닮았다」와 다른점이 있다면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입장에 놓여있다는 사실이다.
남녀의 혈액형을 알면 그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어떤 혈액형인지 과학적으로 식별이된다. 그러나 혈액형은 지문과는 달라서 우연의 일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제삼의 남성이 자기와 같은 혈액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이애가 당신의 아들이다』라고 밝힐수도 없지만 최소한『이애가 당신의 아들이 아니다』라고 입증할 가능성밖에는 없는 것이다. 문명이 퇴폐해 갈수록 사생아의 비극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의학의 발달보다도 성도덕의 확립에 기대를 거는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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