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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일류교의 부패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지검은 1인당 50만원 내지 1백만 원씩의 돈을 받고 10여명을 부정 전 입학시킨 혐의로 K고교의 교장과 교감을 입건, 수사키로 했다고 한다. 이들이 받고있는 혐의는 금년 초 장기결석생 10여명을 강제로 휴학시켜 빈자리를 만든 다음 전기한바와 같이 돈을 받고 학생들을 부정한 방법으로 전 입학시킨 것이라 한다. 물론 이들이 그런 부정으로 거둬들인 돈을 어떻게 유용했는가도 수사의 초점이 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먼저 주목되는 것은 문제의 학교가 이른바 일류학교라는 점이다. 하기는 이런 부정 전 입학 사건은 경쟁이 심한 소위 일류교가 아니고서는 일어날 까닭도 없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여기에서 일류 병이 남긴 또 하나의 폐해를 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일에 이 사건이 오늘날 소위 일류 교를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의 일단이 노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개탄할 노릇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K고교에서 있었던 부정 전 입학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회적 교훈을 주고 있다할 것이다.
한편 서울S학원은 유치원생으로부터 위는 대학생에 이르기까지의 학생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으로 학원설립자의 회갑연을 학교운동장에서 베풀었다한다. 학원당국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그 돈이 학생들의 자의로 거출 된 것이었다고 변명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학원과 학생을 흡사 사유시하는 우리사회의 타기할 통폐가 빚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가 이 사회에서는 교육기관을 사물시하고 기업시하는 병폐가 오래도록 있어왔고 이 때문에 교육은 사회의 신망을 모으지 못하는 것이 되기도 하였다. 얼핏 S학원 사건이라는 것을 보면 설립자와 학생들 사이에 오고간 당연한 인정이 낳은 것이라 할 수 있는 면도 있을지 모르나, 역시 그것은 우리사학을 오래도록 사물시해 온 설립자의 전횡 같은 적폐가 낳은 부작용이라 보는 것이 옳다.
또한 위의 K고교 사건과 S학원 사건을 통틀어 우리가 받는 인상은 이 두 개의 사건이 비록 질적으론 다른 것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학원의 부패도 가지각색이라는 것이다. 전 입학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나 회갑연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나 그것이 일단 교육을 베푸는 자가 자행한 행위인 점에 있어서는 똑같이 규탄 받아도 더 할말이 없을 것이다. 하긴 일반사회의 부정부패가 우심한 중에서 고립적 일수 없는 교육사회인들 별수가 있겠는가 하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교육기관은 그러한 탐류에 부단히 저항하고 청신을 불어넣는 것을 그 존립의 전제로 하여야한다. 우리는 사회적 청신의 최초이자 최종인 보루를 잃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기회에 가지각색의 학원 부패가 새로운 각도에서 사회적 검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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