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는 오히려 성에 관대하다" 사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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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혼한 40대 돌싱 여성(오른쪽)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재혼정보회사를 찾아 상담하고 있다. [사진 재혼 정보회사 온리유]

사람은 평생 자신의 짝을 찾아 헤맨다. 한 번 이혼의 상처를 겪은 돌싱들도 마찬가지다. 이혼 초반에는 그동안 미뤄 왔던 취미 활동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자아 실현’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에 젖는다. 남성의 경우 헬스장에서 식스팩을 완성하기도 하고, 여성은 주말마다 미술관을 다니고 음악에 푹 빠지기도 한다. 짝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것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SNS에 취미 생활이나 여행에서 찍은 인증샷을 올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친구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생활이 수년째 반복되면 어느새 취미 생활이나 SNS도 위로해 줄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든다. 그 과정에서 ‘가슴 한쪽이 다시 텅 빈 듯한 기분’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반쪽을 찾아 헤매는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한데 오랫동안 연애를 쉬다 보니 ‘연애세포’를 되살리는 게 쉽지 않다. 이미 한 번 사랑의 상처를 겪은 데다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거나 실수하는 경우도 잦다. 전문가들은 “재혼의 경우 초혼과 또 다른 연애 스킬이 필요하다”며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의 과거나 약점을 잘못 건드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어서다.

 얼마 전 30대 후반의 돌싱 여성과 만남을 가진 이혼남 장모(45·회사원)씨는 대화 도중 상대 여성에게 “전 남편과는 왜 헤어졌느냐”고 물었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여성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장씨는 “그 여성이 ‘굉장히 어렵고 힘들게 맘먹고 나온 자린데 굳이 이혼 사유를 물어봐야 하느냐’며 따지듯 묻더라. 순간 아차 싶었다”며 난감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의 이경 총괄실장은 “남성들은 대수롭지 않게 얘길 꺼내지만 여성에게 이혼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관계가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까진 이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여성들은 무의식적으로 남성을 자신의 이전 배우자와 비교하곤 하는데, 이 또한 절대 금기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초혼 때도 전 애인과 결혼 상대를 비교하지 않듯 재혼에서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전남편 혹은 전 부인의 얘기를 함부로 하게 되면 신뢰감이 떨어져 호감도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여성들은 남성들이 밥을 사면 최소한 커피값 정도는 내거나 남성이 밥을 두 번 사면 한 번은 먼저 계산하는 매너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초혼 때처럼 돈 한 푼 쓰지 않는 연애 패턴을 고수하는 여성들이 종종 있다는 얘기다. 지나친 선물 요구 또한 금물이다. 돌싱 여성과 석 달가량 만남을 가졌다는 한 남성은 “밥값 안 내는 건 그렇다 쳐도 가방 사 달라, 애기 옷 사 달라, 피아노 커버 사 달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남편도 아니고 물주도 아닌데 애 선물까지 요구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씁쓸해했다.

 남성들에겐 급한 마음에 지나치게 빠른 스킨십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충고도 뒤따른다. 당황한 여성들이 금방 거리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정수진 비에나래 책임컨설턴트는 “남성들의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이혼녀는 오히려 성에 관대하다’는 것”이라며 “상대방을 배려하며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모든 연애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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