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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팔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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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봉인가 사봉인가>
○…충북 단양군을 서남으로 가로지르는 중앙선의 한역, 매포에서 동남으로 약 2「킬로」. 깎아지른 듯한 준령허리를 끼고 도는 외 철둑 밑으로 남한강수 눈부시게 펼쳐지는 시원한 물 그늘- 이 강구에 깃발처럼 펄럭이는 오담이 있다.
물 속에서 홀연히 치솟은 장승같기도 하고 오대산 정기를 돌로 빚어 심은 듯한 세 봉우리, 괴암 기석이 헤살 놓는 강바람에 두 봉으로, 또는 네 봉으로 변용 한다.
1백여 간은 됨직한 짙푸른 강폭이 「캔버스」인양 펼쳐지는 한복판에 ??립한 중봉은 높이 1백척에 10간 둘레, 북봉은 50척5간, 남봉은 80척8간. 그 많은 해를 물살에 절어 돌 주름마저 잡힌 삼봉. 바위너설, 틈바구니마다 비집고 돋아난 파란 풀 순에서 눈 같은 꽃이 피는 8, 9월 삼봉 물놀이는 고비에 접어든다.
헌헌장부 처럼 늠름히 솟은 중봉 곁에 담뿍 교태를 머금은 듯한 남봉이 마주서있는데 일명 첩봉 이라고도 부른다. 그러고 보니 중봉을 외면하고 돌아앉은 북봉(처봉)의 토라진 모습이 부질없는 하나의 전설이라기엔 못 견딜 고집 같은 그런 앉음새다.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더니…중봉허리춤을 엇질러 서향으로, 단청 그을린 조그만 누각이 준곤정. 그 난간에 올라 눈길을 강북으로 돋우면 구름다리 같은 석문이 물안개 속에 떠오르고, 한굽이 더 상류에는 공룡처럼 도사린 은주암이 손에 잡힌다.
옛날 제물포(지금의 인천)에서 소금을 실어 나르던 뗏목이 비바람을 피했다는 천연의 포구. 백 여척 높은 바위 동굴 속은 물소리로 가득 찼고 무시무시한 옛날 얘기라도 되살아 날 것 같은 시커먼 단애.

<정도전고사도 한몫>
○…이조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여기서 노닐었다는 고사는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지은 것도 오탐삼봉을 본 뜻 것이라고 고을의 한학자 오병석 옹은 그 유래를 설명했다. 그러나 처·첩봉이란 별명은 누가 지었는지 신통한 고증이 없고 다만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 일뿐.
남한강을 동으로 끼고 두율·국망·연화·죽령·용두·도락산 등 소백산맥의 험령들이 용마름으로 치닫는 한반도의 지붕. 강북으론 태백산맥이 뻗어 설매·금수 두 영봉에 중좌하고 울울한 계곡 따라 옥을 굴리는 듯한 산간수. 글 그대로 삼청운물이 어울려있다.

<소금실은 뗏목이…>
○…오담삼봉, 선유동 상류의 하선암(홍암 또는 불암이라고도 함) 가산리의 중선암·상선암·장회리의 구택봉·화탄어간의 옥순봉·사인암·석문 등 이곳을 청유하던 옛선비들이 이 풍물들을 단양팔경이라 이름지었다.
도 관광당국과 단양군은 이 승경들을 한데 묶어 국립공원으로 개발할 꿈에 부풀어 있으나 아직은 예산의 뒷받침이 없어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 5, 6년 전 만해도 인천에서 단양·영월까지 남한강 상류를 따라 소금 뗏목이 왕래했다 한다. 옛날에는 뗏목이 이 고장의 유일한 교역수단이었다니, 이쯤 되면 풍류란 말도 역설이다. 바다 가 먼 이 고장에서는 소금을 금싸라기보다 더 소중히 여겼다.
연중 몇 차례 북을 울리며 놀진 단양천(옛날엔 남천이라 부름)을 거슬러 오른 뗏목이 소금 짐을 푸는 날 온 고을 돈이 소금 장으로 쏠려 고을의 경제판도가 달라졌단다. 지금도 두악산(소금묻이산) 마루에는 재액을 막는다는 소금항아리가 묻혀있다고 전한다.
7백91·53평방 「킬로」나 되는 단양군에 농경지라곤 단 7%. 나머지는 모두 양양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을이다. 그러나 오늘의 단양은 산수 좋고 인심 좋은 무릉도원이기보다는 광물의 보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채는 돌은 다 광물>
○…『발부리에 채는 돌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이 고장에는 석탄석·무연탄·흑연·형석·백토·자운모·천연「슬레이트」·자석 등 지하자원이 무진장. 그 중에도 「칼슘」 함유량 80%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탄 암층(40여평방킬로)은 이 산골에 시커먼 굴뚝연기와 전기를 끌어 들였다.
현재 단양일대에는 각종 공장이 22개, 광산이 29개. 여기에 종사하는 종업원만도 3천 여명이나 되는 큰 광공 지역을 이루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시멘트」·「탄산칼슘」·「카바이드」·석탄·석탄비료·규산질비료 등은 우리 나라 기간산업의 거점이 되고 있다.

<매연에 서린 「비전」>
○…맑은 풍치의 관광 단양과 중기의 소음 치솟는 흑연 속에 묻혀 가는 단양은 어딘가 전 근대 속에 근대의 「비전」 이 한데 어울린 새 풍토의 활각 같기도. <글=윤여덕 사진="김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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