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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선군 영광의 날|세계레슬링 「스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레슬링」 선수권대회에 한국선수단은 장창선 선수의 금「메달」을 비롯하여 3명의 선수 전원이 좋은 성적을 쌓아올렸으나 그 이면에는 눈물겨운 몇가지 비화가 아로새겨져 있다.
○…장창선 선수가 준결승에서 소련의 「알리베가트빌리」를 3-0으로 제압, 승리를 거둘 때 「톨레도」 실내체육관에 모여든 6천여 관중들은 자유진영 한국선수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 공산측 응원단과 맞서 외로운 한국선수를 격려했다.
○…그러나 미국의 「샌더즈」 선수와 결승에서 맞서게 되자 전날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선수만을 응원, 경기진행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전반전을 3-1로 「리드」하고 있던 장 선수가 후반 「타임·업」 4초를 남기고 「게임」이 끝난줄 알고 머리를 드는 순간 「샌더즈」 선수는 재빨리 장 선수의 목을 졸라 2점을 빼앗기고 3-3으로 비겼다.
○…한국과 미국의 대전이 무승부로 끝나고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벌어지자 한국선수단 최명종 「코치」는 섭씨 50도∼60도의 뜨거운 증기탕에 장 선수를 집어넣었다. 뜨거운 수증기열을 참지못해 뛰어나오는 장 선수를 애걸하듯 다시 『끓는 가마솥』에 집어넣을 때 최 「코치」의 가슴속에는 한가닥 바라는 것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 대회본부는 즉각 일본선수와 장 선수를 불러 체중을 달았다. 장 선수 52「킬로」, 일본선수 53「킬로」. 결국 「끓는 가마솥」이 줄여준 장 선수의 체중 1「킬로」는 한국의 장 선수에게 금「메달」을 수여했고 이것은 한국 「레슬링」이 국제대회에서 처음 차지하는 우승의 영광이었다.
○…『18일밤 「플라이」급 시상식은 눈물어린 감격의 장면이었다』고 최명종 「코치」는 목이 메었다.
시상식에서 우승국의 국기가 게양될 때 그나라 국기가 연주되는 관례에 따라 대회본부에서는 한국 애국가의 「레코드」를 찾았으나 「테이프」 준비가 되지 못했었다.
○…우승의 감격이 순간적으로 좌절감으로 변하는 순간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10여명 한국선수와 응원단은 말없이 일어서서 애국가를 조용히 합창하기 시작했다.
○…휘황한 조명을 받으며 서서히 올라가는 태극기, 애국가를 합창하는 10여명 한국인들을 위해 만여명 관중들은 엄숙히 일어서서 경의를 표했다.
○…『겸손하게 싸워 이룩한 「스포츠·맨」의 명예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고 말하는 최 「코치」나 한국인들의 눈에는 두줄기 눈물이 흘렀다. [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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