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명무실한 한·일 어업협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를 보게된지 이미 6개월이다. 협정체결을 전후하여 국내여론은 반드시 전적으로 그 내용에 찬의를 표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일단 그것이 발효를 보게되자 다소는 그 장래에 기대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날 그 실시현황을 보면 전적으로 국민들을 실망케 하는 바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동번영을 기하겠다던 당초의 약속은 어디로 간것이며, 이러한 상태가 그대로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어민은 과연 어떻게 활로를 개척해야 할 것인가.
협정상 가장 중요한 사명이 부여되어있는 어업공동위원회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측 대어선단의 남획은 이미 방관만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5월말 현재 일본측의 기선저인망어획량은 정부간 합의사항록 2·A가 규정하고 있는 연상한 4만「톤」을 이미 초과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으나 일본측으로부터 어획량 보도가 아직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일본측이 명백히 협정을 무시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데 우리 정부가 이러한 사실에 무관심한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부문별 어획량초과시의 규제조처가 아직 없는 형편이므로 어획량 통보가 있다고해서 어떤 제재조처가 취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체약 당사국은 명백한 합의상의 의무만은 이행해야 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수산청당국은 『기선저인망어업 성어기가 4월말로 끝나므로 이미 이 부문의 어획량이 상한에 이르고 있다고해도 앞으로의 어획량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극히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과연 그러한 것인지 우리의 의구는 역시 그대로 남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만약에 수산청당국이 일본측으로부터 어획량 통보가 없다는 사실을 가볍게 보아넘기려고 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합의사항의 불이행은 그 내용이 여하한 것이고를 불문하고 상대방에 진실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나아가서는 어업협정 자체를 휴지로 만들 가능성 조차 있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 정부가 협정과 이에 근거한 모든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할지라도 일본측이 이토록 성실치 않은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는 또한번 그들에 의해서 기만당하는 결과가 되고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래 어업의 발전을 위하여 과도하게 대일의존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선건조자금을 차관한다. 어선과 그 장비를 도입한다. 어선기술을 도입한다. 이러한 식으로 마치 일본 아니면 우리 어업은 멸망이라도 할듯한 눈치를 보인 것은 확실히 우리측의 과오이다. 선의의 경쟁에 의해서 공존공영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노려간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우리측이 지나치게 그러한 의향을 노출시킬 때에는 상대방은 한층더 위압적이며 방약무인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조차 있는 것이다.
약자에는 강하게, 강자에는 약하게 임하는 일본의 전통적 생리를 우리는 다시한번 생각해야 한다. 전번의 민간어업위원회가 유야무야로 끝을 맺은 사례도 바로 일본이들의 그러한 생리에 연유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이 「어로전쟁」에서 약자로서의 위치만을 고수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협정과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어느 쪽인가. 우리는 이 점을 명백히하고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