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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실〉논산서 온 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방문을 활짝 열어 젖힌 마루에서 풀먹인 빨래를 손질하고 있노라니 뻐꾸기가 앞산 골짜기에서 햇볕 따가운 한낮을 운다. 입대한지 한 달이 되는 동생에게서 온 편지를 읽는다. 지난번 편지에, 너는 조그마하니까 기합 받을 땐 머리는 아예 얻어맞지 말라고, 머리를 콩콩맞으면 작은 키 조금이라도 더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써 보냈더니 맡은 책임을 충실히 다하는데 누가 무어라느냐면서 아무런 염려 말란다.
그러나 행여 무릎이나 팔꿈치가 쓸려진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아직은 아무런 상처 없이 말끔하다는 편질 써 보낸건 아닐까? 강물에 빨래를 헹구며 등에랑 얼굴에 햇살이 따가울 때도 자꾸 생각났었다. 훈련소 논산은 정말 얼만큼 더울까.
오는 일요일엔 한가한 시간을 내어 동생들을 데리고 사진을 찍어야겠다. 땅에 꽂아준 싸리나무를 빙빙 돌아올라 이젠 무성하니 조그만 꽃을 피운 덩굴콩을 배경으로 염소랑, 막 눈을 뜬 토끼 새끼들을 모두 내어놓고 아주 멋있게 사진을 찍어 훈련소로 띄워주어야겠다. 그럼 훤히 웃음 웃어, 참 좋아 할거야. 지금쯤도 훈련에 열중하고 있을 동생의 동그란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다. 〈오길자·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진리 29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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