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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독일 사죄 자세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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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일 지진이 발생한 후쿠오카에 일본인 친구가 산다. 서울에서도 진동을 느꼈던 터라 그곳에선 더 무섭고 피해가 컸을 것 같아 e-메일을 보냈다. 친구는 답장에서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많이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일본 정부에서 주도하는 국제봉사단원으로 의료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는 근황을 소개했다. 국제 리더로서 일본의 모습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친구는 답장 말미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 문제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사실 친구는 아픈 과거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 자세히는 모른다. 가끔 두 나라의 과거 얘기가 나올 때면 '정말 그랬느냐'며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되묻곤 했다. 그럴 때면 국가가, 제한된 혹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몰아갔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친구의 나라에 묻고 싶다. 독일처럼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해본 적이 있느냐고. 사과를 받는 사람으로서도 미안할 정도의 사과 말이다. 친구에게 답장을 보내야겠다.

책임 있는 한 사람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충분할 것을 수많은 잘못 없는 일본인들이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신봉승.동국대 신문방송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