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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심판판정의 고급화를 바라며

중앙일보

입력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프로농구 코트가 동양 오리온스의 선전과 유망 새내기들의 분전으로 시작부터 달아오른 지금 가장 불안감을 주고 있는 분야가 심판 판정이다. 심판들의 기본기가 약한 점을 지적하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심판들이 수비선수 파울을 주느냐 마느냐, 파울을 줘도 추가 자유투를 주느냐 안주느냐 등 미묘한 문제로 마찰을 일으키는 예가 많았다.

그러나 프로농구 출범 이후 새로 양성된 심판들이 경기를 운영하면서 기본기 문제가 심각해졌다. 공격자 파울이냐 수비자 파울이냐를 가리는 것은 둘째고, 어느팀 선수의 터치 아웃이냐 하는 저급한 문제로 선수나 코치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까지 허다하다. 최고 수준의 프로농구에서 볼 소유권 다툼이란 수준낮은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관중들도 어느 선수 몸을 맞고 나갔는지 정도는 안다. 자꾸 틀리면 심판을 믿지 않는다. 지난 15일 오리온스 - LG 세이커스전에서는 심판이 동선 (動線) 을 잊고 달리다 선수가 패스한 볼에 맞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부분의 경기장에 현장화면을 전하는 멀티큐브가 설치되고 이 장치를 통해 극적인 장면이 느린 화면으로 재생되는 경우도 많다. 말썽이 있을 때마다 선수들은 "저것좀 보라" 며 심판의 몸을 잡아 끌고, 심판들은 애써 화면을 외면하곤 한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누가 어느팀의 로비를 받고 일방적으로 도와준다는 불미스런 소문은 사라졌다. 이 한가지 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을 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여섯번째 시즌을 맞는 이제 좀더 고급스런 판정으로 평가받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문제의 많은 부분에 한국농구연맹 (KBL) 의 책임이 있다. 이제 막 은퇴한 선수 출신 심판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한다든지 아마추어나 여자농구 심판진을 일정기간 검증을 거치지 않고 기용한 점 등 KBL의 행정이 사려깊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huhba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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