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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틈에도 웃음의 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늘도 맹호들은 월남의 정글속에서 베트콩을 섬멸하기에 그 날쌤과 용기를 떨치고 있다. 열대와 밀림이 몸에 밴 맹호들은 베트콩 거점 미덕 (MY DUC) 촌막을 이잡 듯하며 귀중한 자유를 되찾아주고 있다. 임전무퇴 필승의 우리 맹호용사들이 그들의 용맹은「베트콩」소탕작전 때마다 널리 세계에 메아리쳤다. 번시 주월특파원 장홍근기자는 이 들 용사 중 전배를 신용사들을 모아 진중 좌담회를 열어 그들의 전공 뒤에 숨은 애피소드와 아슬아슬했던 전투당시의 스릴등을 들어보기로 했다.
임상병=전투에 지쳐 잠이 올 때 담배 피우는 것이 제일이지. 그런데 말여, 펑하더니 박격포탄이 띨어지지 않어! 그런데말여, 내 뒤에서 펀지 읽던 전우는 그만 부상했읍니다. 개인호 (호) 에선 언제나 흙속에 있어야 하죠.
전상병=나, 기막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갈증이나서 사탕수수를 씹으면서 물을 찾는데 개천이 있어 실컷 마시고 수통에 넣어 전우들에게 나눠줬더니 좋아하더군. 그 지점에. 다음날 또 팠더니 이거, 바로10미터 위에 베트콩 시체가 떠있지 않아요.(웃음) 구역질이 나서 그냥 돌아왔읍니다.
전중위=한창 지휘하며 전진하다 보면 적과 우방의 중간에서 양쪽의 공격을 받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하로 들어간 「베트콩」들이 마을에 있을 때는 민간인인지「베트콩」인지 복강이 따로 없으니 분간하기 힘들어 곤란할 때도 있죠.
추명장=쫓겨가는 베트콩을 추적, 동굴에 들어갔더니 바로 앞에 총과 몸뚱이만이 보이지 않겠어. 부딪치다 시피했으니 얼떨결에 사로 잡지도 못했지. 밖으로 뛰어 나와 나오라고 고함쳤더니 꼼짝 않기에 수류탄 한발을 터뜨린 후 사살했읍니다.
상상병=잠시 후 그 굴에 들어가서 수류탄17개, 총과 탄창 5통을 포획했지.
전상벙=베트콩이 사살된 뒤 어디선지 군견 한마리가 나타나 그 시체를 물려하기에 군견을 쏘았지. 아무리 적이었다지만 시체를 개가 물도록 둘 수는 없었어.
박상벙=피난민을 후송하고 돌아오니 소대는 어디갔는지 없고 사탕수수밭에서 베트콩이 콩볶 듯 총을 쏘아 대는데, 어디서 쏘는지 통 알수있어야지. 하는 수 없이 건너편에 있는 묘비에 의지, 그 때부터 수수밭을 향해 마구 총을 쏘았더니 잠잠해 집디다. 심호흡을 한번하고 그 묘비에 큰절을 했지(웃음) ,감사하다고….
전중위=피난민을 위해 무겁게 지고온 C레이션을 줘버렸을 때 흐뭇하긴 한데 나중엔 배가 고프더군. 점심 먹는걸 잊고 모두 주어 버렸단말야.(웃음)
박상명=동굴속에서 기진맥진해서 나온 헐벗은 월남사람들에겐「C레이션」두통물은 굉장한 거예요. 참으로 고마워 하더군요.
이명장=살인적인 더위속에서 온종일 전투하다가 귀대할 땐 맥이 쑥 빠지지요. 그러나 돌아오는 길 마을 길섶에서 손 흔들며 『안녕하십니까』 하는 소리를 들으면 다시 힘이 솟아납니다.
최일명=전령으로서 우편물을 가져오긴 해도 위문펀지를 다 나눠주다보면 내것이 없지않아 하루는 달밤에 울기까지 했답니다. 병사는 편지를 좋아 합니다.
박상명=나는 잠이 안오던데…(웃음). 위문편지가 온 대상이 여학생 것이면….그런데 어떤 땐 뒤져봐도 한통도 없더구만 (웃음) . 그럴 땐 쓸쓸하지요.
▲일병=위문펀지를 받으면 답장을 씁니다. 누가 답신이 빨리오나 맥주 내기도 하고. 어느 회신에는 『우리누나 소개해 드리지요』(웃음) 라고 씌어있어 가슴이 흐뭇하기도하고…
▲상상명=장난은 아니겠지(「좋아하면하며 웃음). 편지 첫머리에 그냥「월남장병아저씨」 가 있어. (웃음)
▲박상병=어떤 아가씨는『월남에는 보석이 많고 싸다는데 돈 부칠테니 사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어디 보석 비슷한 걸 생각이나 했어야지 (웃음) .
▲전상명=재미있는 편지가 많아요. 한번은 자그마한 초롱을 받았는데 이 날밤의 고향을 상상하며 소설쓰 듯 읽다보니 훤히 동이 트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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