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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내설악 백담사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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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겨울 산이다. 설악(雪嶽)이라는 이름에는 이미 하얀 눈이 봉우리에 덮여 있다. 예부터 설악의 눈은 한가위에 쌓여 하지(6월 21일)에 녹는다고 했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열 달 가까이 설악에는 눈이 쌓여 있다.

 설악산에서도 가장 내밀한 골짜기인 내설악 안에, 내설악에 들어서도 20리 계곡길을 거슬러 오른 깊숙한 골짜기 안에 백담사가 들어앉아 있다. 그래서 백담사는, 내설악 백담사라 불린다.

 백담사(baekdamsa.org)는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처음엔 차가운 계곡에 있는 절이라 해서 한계사(寒溪寺)라 했지만, 조선 정조 7년(1783) 절을 중건하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전설에 따르면 대청봉에서부터 100번째 있는 웅덩이 옆에 지었다 하여 백담(百潭)이 되었다.

 백담사 하면 떠오르는 현대사 인물 두 명이 있다. 우선 만해 한용운(1879~ 1944). ‘님의 침묵’을 쓴 시인이자 불교 혁신을 주장한 스님인 만해가 백담사에서 출가했다. 백담사는 사찰 어귀에 만해마을을 짓고 문인 지원사업과 만해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다. 백담사 조실로 있는 무산 조오현(82) 스님은 현재 한국 시조문학의 큰 어르신으로 통한다.

 백담사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인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1988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이후 전 전 대통령은 이곳 백담사에 내려와서 2년1개월을 숨어 살았다. 극락보전 옆에 있는 ‘화엄실’이 전 전 대통령이 머물던 곳으로, 지금도 그가 쓰던 초라한 물품 몇 가지가 전시되어 있다.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를 선택한 건, 외부의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기독교 신자였으나 백담사 생활 이후 불교로 개종했다.

 지금도 백담사는 접근이 쉽지 않다. 백담사 매표소에서 백담계곡을 따라 7㎞를 올라가야 백담사에 들 수 있다. 평소에는 백담사 매표소에서 백담사까지 용대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다니는데, 요즘엔 쌓인 눈 때문에 운행하지 않는다. 오로지 7㎞ 눈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눈 쌓인 겨울, 백담사로 가는 길 자체가 수행인 셈이다.

 백담사는 만해의 정신을 이어받아 ‘님의 침묵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가 서로 세 번 절을 올리고 오로지 덕담만 하거나,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상대에게 계속 던져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거나, 촛불을 들고 백담계곡 수심교까지 걸어갔다 오게 하는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휴식형 1박 5만원, 체험형 1박2일 15만원.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690. 033-462-5565, 5035.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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