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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한 그 마음에|광명을 비춰주자|자수한 소매치기 이 얘기, 저 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시경은 지난 30일 「소매치기자수」를 권장했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뜻밖에 성과는 크다. 그들은 왜 이때까지 그늘 속에 잠복하고 있었을까? 또 어째서 자수를 하게되었는가? 그리고 그들의 사회는 어떻게 헝성되고 있는가등등 사회악의 온상인 소매치기 전반에 걸친 단면을 알아보고자 개과천선한 이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때-1966년 6월3일 하오
▲곳-븐사 회의실
▲참석자=최·박·이·강·간·어(6명)
▲사회=이강현 사회부장
▲기록=주섭일·백학준·전천수기자
▲사회=이번 자수기간을 통해 지난날의 검은 손을 깨끗이씻고 굳은 결심과 용기로 사회인으로서 새출발 하겠다고 나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저녁 서로 마음을 터놓고 과거 어두운 그늘 속에 헤매온 생활의 반성을 겸해 앞으로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활을 개척하겠는가, 이런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선 이번에 자수하게 된 동기부터 말해주실까요.

<불안에 쫓긴 나날>
▲전=불안에 쫓겨 도무지 더이상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이=나는 이일에서 손을 떼려고 번호사에게 자수하면 어떠냐고 물어본적도 있지만, 자수 해보았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 질질 끌려왔는데 이번에 다행히 자수기간이 생겨서 얼싸 좋다고 튀어나왔습니다.
▲최=소매치기란 정말 불안스런「사업」입니다. 언제 잡혀갈지도 모르고, 거리를 걸어도 모두가 나를 주목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청산하려고 해도 먹고살 방도가 있어야죠 .배운 것은 그 짓뿐이니 하는 수없이 지긋지긋한 그날들을 보냈던 것입니다. 아마 모든 소매치기가 다 그럴 겁니다.
▲일동=그게 사실입니다. ▲사회=이번에 경찰이 자수하면 생활대책을 새워준다고했는데 여러분들이 어느 정도 믿고 있나요. 정말 믿고들 자수했나요
▲강=그거야 믿지 않고서 어떻게 자수하겠습니까.
▲이=아닌게 아니라 처음엔 의심했죠. 그러나 경찰이 설마 우리를 속이랴하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박=사실 우리들의 생활은 견딜 수 없는 겁니다. 집에 돌아갈 때도 누가 미행하는 것만 갈아서 엉뚱한 골목을 맴돌다가 인기척이 없어야, 그제서야 후유 하고 대문을 여는 실정이니까요….
▲최=자수를 하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고 온 짐을 내려논 것 같습니다.
▲박=나는 오늘 약1주일만에 명동에 나가 보았더니 명동이 확 변했더군요. 그전의 명동은 모든 사람이나를 의심하는 것 같고 또 뒤따라오는 것이 모두 형사같기만해서 고개릍 들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고개를 당당히 쳐들었어요.
▲사회=정말 홀가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수하면 다른 동료들이 배신자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요?
▲박=일단 그런 일도 상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식구(자기네 한패를 의미함)들이 모두 자수해버리니까 뭐 별로-
▲이=나는 지난달 23일 약속어음 15만2천원을 싹했다가 공법3명이 모두 잡히고 나는 튀어 전주로 도망쳤었지요. 내가 전국에 수배되고 정말 불안에 떨려 견딜 수 없었습니다.
▲사회=그렇다면 자수하지 않을 소매치기도 많겠군요? ▲박=전부 자수하지는 않을걸요.
▲사회=서울의 소매치기가 얼마나 되죠? 그리고 그중 얼마나 자수해 올까요? ▲전=서울시내만 60여조,「뜨내기」까지 합치면 약2천명 정도 있을 겁니다.
▲이=이번에 한 5백명쯤 자수할까?
▲박= 그렇게 많지 않을걸. 2백정도 자수할지
▲천=2백정도 자수하면 많은 편이죠.
▲사회=소매치기한 돈을 생활비엔 얼마나 보태나요? ▲최=나는 4인 가족에 l만3천여원을 매달 갖다주었어요.
▲이=많이 벌 때는 5만원이상 갖다 주기도해요.
▲전=저축은 한 푼 없고…그것참 이상하단 말야. 쓰는데 없이 슬슬 돈이 전부 녹아버린단 말이야.(웃음) ▲사회=여러분들이 일하는 시간은 대개 몇 시부터 몇 시까지였죠?
▲천=우리는 아침 9시에 출근했다가 하오4시·은행 문이 다치면 퇴근합니다.
▲이=지난달 2O일인가 하여튼 그쯤이었어요. 중앙청 쪽에서 무교동으로 빠지는 골목에서 중년남자의 안주머니를 훑었지. 그랬더니 『아이쿠! 우리 마누란 이제 죽었다』고 울지않아요.
▲최=그런데 어떤 사람은 딱해서 돈을 돌려주면 대뜸 멱살을 잡고 『이놈 경찰로 가자』고 끄는데는 질색입니다.
▲이=별놈 다있어요. 우리들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놈도 있어요. 도로 돌려주기도
▲전=삼여년전 남대문시장 학재사전때 사람이 하도 붐비는틈에 끼어 있다가 뒤 호주머니에 넣은 돈을 당했지요. 정말 허황하더군요.
▲사회=여자 소매치기는 없나요.
▲강=여자라고 배 고프면 굶어 죽나요?
▲최=같은 기술이면 여자편이 훨씬 안전도가 높아요.
▲박=여자들도 식구조직을 가진 패가 서울시내에 3,4개조 있어요. 중앙우체국부근, 서울역 대합실등이 주무대입니다.
▲이=역전 대한여행사부근에드 가끔 나타납니다.
▲전=체격들드 늘씬늘씬하고-. 여대생들 뺨칠 정도로 차려입고다니지.(웃음) ▲최=공연히 「하꼬」 안에서 옆의 여자가 예쁘다고 넋이빠져 시선을 돌려대다가는 그냥 삥! 하는 거죠. (웃음)

<여자소매치기도>
▲사회=소매치기 기술은 어디서 습득하나요?
▲박=형무소가 바로 양성소라 할 수 있습니다.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완성품이 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소년원은 완전한 소매치기 양성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선 정상적인 훈련과정을 완전히 걷혀 일류급이 되어 나옵니다.
▲박=부잣집 아이들도 우리식구에 있었잖아.
▲최=모「호텔」주인 아들, 모 무역회사사장 아들, 이런 아이들도 재미 붙여 같이 일했잖아.
▲전=그렇지, 학교 다닐 때 하교하다가 우리 똘마니와 사귀게 됩니다. 우리를 한번 따라다니다 보면 일당을 받게되고 또 몸소 한번 시험해서 성공하는 경우 「스릴」이 있는 거죠. 그래서 또다시….

<수법은 20여종>
▲사회=그런데 제일 궁금한 것은 소매치기 수법인데… 대개 몇 가지나 됩니까? ▲천=예(웃음) . 각자 개성에 따라 틀립니다. 대개20가지는 알고 있지요.
▲박=그렇습니다. 뻔하니까요.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이 「침게아리」하는 것인데 실례를 들자면 여기 한 여자가 은행에서 돈을 찾아갑니다. 그럴 땐 바람잡이가 미리 가래침을 손바닥에 뱉어 쥐고 가다 장소를 물색, 돈 있는 반대쪽 어깨에다 그 가래침을 뿌리죠.
이 여자는 그것도 모르고걸어가죠. 그러면 대기 중이던 일꾼이 그여자에게 공손히 가래침이 묻었다고 가르쳐주면서휴지까지 내줍니다. 이 여자 남의 속도 모르고 고맙다는 듯이 돈을 움켜쥐고 있던 손으로 그 휴지를 갖고 가래침을씻 지요. 그때는 벌써「포키트」속의 돈은 일꾼의 손으로 옮겨집니다.

<스스로 조심해야>
▲강=좌우간 항상 자기들 스스로가 조심해야지 별 뽀족한 수는 없습니다. 대목은 이런 곳에서 아침저녁 사람이 붐비는때는 소매치기 하기가 가장 알맞다. 밀고 밀리는 때가 가강 조심해야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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