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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국 경찰관 “얘들아 너희의 꿈, 우리가 동행할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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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성화봉송 리허설에 참석한 존 뉴낸 경감(미국)과 이호신 경장. [김도훈 기자]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주일 뒤(29일) 개막하는 평창겨울스페셜올림픽 성화 봉송을 하루 앞두고 리허설이 열렸다.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한국과 세계 각국 경찰 107명과 국내외 선수 10명 등 총 131명이 광장에 모여 열을 맞춰 성화를 들고 달렸다.

 스페셜올림픽은 모든 장애인이 참가하는 패럴림픽과 달리 지적장애인만 참가한다. 스페셜올림픽의 성화 봉송은 독특한 전통이 있다. 세계 각국의 경찰이 참가한다는 점이다. 또 구간을 나눠 성화를 전달하는 올림픽 성화 봉송과 달리 전 구간을 모든 주자들이 함께 달린다.

 이날 리허설에는 미국·체코·대만 등 21개국 95명의 해외 경찰이 참가했다. 경찰과 선수 한 명씩 2인 1조로 성화봉을 함께 붙들고 그 뒤를 다른 주자들이 줄을 맞춰 달린다. 성화 봉송에 참여하고 주자를 호위하는 경찰들의 공식 명칭은 ‘성화봉송법집행관(Law Enforcement Torch Run)’. 국제경찰성화봉송위원회 마이크 페레티 위원장은 “경찰이 성화 봉송을 하는 것은 어디서든 달려와 사회적 약자인 지적장애인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리허설을 진두지휘한 미국 메릴랜드주 하워드카운티 경찰서 존 뉴낸(55) 경감도 이번 성황 봉송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 한국땅을 밟았다. 경찰 경력 34년째인 뉴낸 경위는 지난 18일 외국 경찰 중 가장 먼저 입국했다. 1986년부터 스페셜올림픽에 지원했으며 2001년부터는 2년마다 열리는 여름·겨울 스페셜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방문했다. 2005년에는 국제경찰성화봉송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가족들도 스페셜올림픽의 열렬한 지지자들이다. 소방관인 아들 라이언(27)은 이라크에서 미 육군에 복무할 때 스페셜올림픽 성화 봉송과 이벤트를 도왔다. 며느리 애슐리(26)는 미 메릴랜드주 스페셜올림픽 위원회에서 자원봉사 조직 업무를 하는 직원이다. 딸 제시카(25)는 1급 특수교육 교사로 장애인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고, 같은 기회를 가져야 한다. 약자인 지적장애인을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회에 한국처럼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지적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찰 12명도 봉송 주자로 나선다. 충남 논산경찰서 소속 이호신(41) 경장은 다섯 살 조카를 위해 지원했다. 조카는 태어날 때 뇌졸중으로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다. 이 경장은 “조카가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희망을 꿈꾸게 하고 싶었다”며 “이 아이들도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말했다.

 성화봉송팀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영남과 호남 두 방면으로 나뉘어 뛴다. 전국 39개 시·군을 거쳐 29일 오후 5시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에서 만나 불을 합치고 29일 개막식에 성화를 올린다. 30일에는 성화 봉송에 참가한 경찰들이 강원 강릉 경포대의 찬 바닷물에 뛰어드는 ‘폴라 플런지’ 이벤트를 열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에 나선다.

 경찰이 스페셜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가한 것은 81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 경찰서 리처드 라무니언 서장이 이를 제안하면서다. 이후 스페셜올림픽마다 세계 각국의 경찰이 참석해 성화를 봉송하고 대회 기간 동안 ‘평화의 수호자’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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