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女배구 '코트의 반란'

중앙일보

입력

평균 키 1m78㎝와 1m84㎝.

단 1㎝ 차이로 제공권이 좌우되는 배구에서 한국과 미국의 6㎝ 차이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 같은 수치다.

더군다나 미국은 지난 8월 배구 그랑프리 대회에서 세계 최강 쿠바를 꺾고 우승을 거머쥔 강팀이다. 장소연·구민정·강혜미(이상 현대건설) 삼총사가 모두 빠진 한국은 첫 경기부터 버거운 상대를 만난 셈이었다.

그러나 태극 낭자 군단에는 객관적 전력 차이를 넘어서는 투지가 있었다. 미국의 강스파이크를 온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로 받아냈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속공과 시간차 공격으로 장신 블로킹 벽을 뚫었다.

한국 배구 여자대표팀이 1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벌어진 제3회 그랜드 챔피언스컵 대회 1차전에서 미국을 3-1로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1세트에서 레프트 최광희(한국담배인삼공사.13득점)는 미국측 코트를 맹폭, 한국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당황한 미국은 1세트 6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등 좀처럼 조직력을 추스르지 못했다.

한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1세트를 따낸 한국은 2세트 최선수가 미국의 집중 견제로 포문을 열지 못하자 정선혜(LG정유·13득점·4블로킹·1서비스 에이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공격을 주도했다.

미국도 흑인 레프트 테레스 크로퍼드(15득점)·타라 크로스-배틀(14득점.2블로킹)의 탄력있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스파이크로 맞받아쳤지만 리베로 구기란(흥국생명)의 호수비에 막혔다.

미국은 한국이 잠시 조직력 난조를 보인 틈을 집요하게 헤집으며 3세트에서 한국의 파죽지세를 꺾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세트는 막판까지 한 점을 주고 받는 시소 게임이었다. 18-19로 뒷심을 낸 미국이 한 점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범실과 정대영(현대건설)의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24-23에서 정선수가 왼쪽에서 자로 잰 듯한 대각선 공격을 성공시키며 세트스코어 3-1로 감격스러운 승리를 맛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