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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비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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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택배회사 현대로지스틱스가 택배 단가를 상자당 최소 500원 올리겠다고 20일 밝혔다. 1992년 국내에서 택배사업이 시작된 후 택배업체가 가격 인상을 이렇게 대놓고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계약을 통해 가격을 조정했다. 택배업체가 작심하고 나선 이상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파는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영돈 현대로지스틱스 대표이사는 이날 “고사 직전의 택배업계를 살리고 장기적으로 유통산업 발전과 택배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단가를 올린다”고 밝혔다. 현대로지스틱스는 1년 단위 계약의 만기가 돌아오는 업체부터 새 가격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지난해 택배 물량은 14억6000만 상자로 2000년보다 5.8배 늘었다. 그러나 상자당 평균 가격은 3500원에서 2460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현재 단가로는 기름값을 감당하기조차 힘들다”며 “과당 경쟁과 악화된 수익 구조로 인해 새 택배 기사를 충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CJ 대한통운, CJ GLS, 한진택배 등 다른 택배업체는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가격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택배 가격 인상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로지스틱스 측은 “다른 업체가 망설이고 있는 시점에서 업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총대를 멨다”고 말했다.

 택배업계의 가격 인상 방침이 온라인 쇼핑몰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현대로지스틱스를 제외한 다른 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렸다.

택배업체 고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 쇼핑몰 등 기업고객들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경쟁입찰을 통해 택배회사를 고른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500원 인상을 대담하게 발표했지만 갑(甲)인 기업 고객이 을(乙)의 인상 요구를 받아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 업체의 관계자는 “경쟁 입찰을 통해 택배사를 정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 가격이 오르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택배업계가 보조를 맞춰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전반적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영세 온라인 쇼핑몰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유통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갈등 같은 택배판 배송료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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