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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감사원 지적 틀렸다” … 되받아친 국토·환경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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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洑)는 높이가 4~12m인데 소규모 보(4m 이하)에 대한 설계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17일 감사원 ‘4대 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

 “하천 설계 기준은 15m 이하의 보에 적용토록 규정돼 있다. 보는 현재 안전과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18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긴급 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결과를 둘러싸고 소관 부처 장관과 행정부 최고 감사 기관인 감사원이 정면 충돌했다. ‘4대 강 감사’ 결과에 전문가 의견까지 갈리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4대 강 사업은 총사업비 22조2000억원의 국책사업으로 현재 공정률이 9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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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쟁점은 가뭄에 대비해 강물을 담아 두는 시설인 보의 안전성이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설계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4대 강의 본류에선 물의 양도 많고 보도 높기(4~12m) 때문에 일반 하천보다 보를 튼튼하게 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주보를 포함한 15개 보에선 바닥이 깎이는 세굴(洗掘) 현상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바닥보호공이 물에 쓸려가거나 바닥에 가라앉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권 장관은 “감사원 지적은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의 설계기준이 감사원 지적대로 4m 이하가 아니라 15m 이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감사원이 지적한 보의 균열·누수는 보의 안전 문제와 거의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바닥보호공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명확한 설계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며 “해외에서도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수시로 보강작업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닥보호공은 시공 후 일부 미비점이 발생했지만 지난 2년간 홍수기를 거치면서 보완했고, 현재 작업 중인 3개소의 보강이 완료되면 앞으로 별다른 문제점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견해도 엇갈린다. 박창근(토목공학과) 관동대 교수는 “보의 바닥보호공에 대한 명확한 설계기준이 없다는 말 자체가 부실설계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라며 “준공 직후 보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는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권 장관의 설명은 믿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윤병만(토목환경공학과) 명지대 교수는 “보 아래쪽에 세굴 현상은 있지만 보의 안전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다”며 “부속 시설물은 잘 살펴봐야겠지만 보 본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쟁점은 환경부가 수질 예측과 수질개선 사업을 제대로 진행했느냐는 것이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외에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조류 농도(엽록소a 농도)까지 관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BOD로 따지면 4대 강 사업 구간 중 66개 권역의 수질 목표 달성률은 86.3%에 달한다. 하지만 조류 농도로 평가하면 2급수 달성률은 37.5%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2009년 6월 4대 강 마스터플랜 수립 당시에는 BOD 중심으로 수질관리 계획을 세웠고, 지금까지 그 계획에 따라 추진해 왔다”고 반박했다. 유 장관은 “하천에 COD 기준을 도입한 것은 마스터플랜 수립 이후인 2009년 7월”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로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태국 물 관리 사업을 수주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 강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전에 나섰는데 감사원 발표는 큰 악재”라며 “태국에 직접 해명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난감해했다.

◆보(洑)=예전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쌓고 담아두던 곳을 일컬었지만 요즘엔 강수량을 조절해 물 부족이나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고 수질개선, 하천 정비 등을 수행하는 수리시설을 말한다.

◆세굴(洗掘)=강물에 토사가 씻겨 강바닥이 파이는 현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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