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도도 만원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전차의 파업. 도로공사 때문에 밀리는 차들. 다시 잡기 어려워진「택시」… 교통이 날로 복잡해지니까 걸어다니자는 말들이 오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걸어다니는 것도 결코 편안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시험삼아 남대문에서 명동까지 한번 걷어가 보라. 대체 몇 분이나 걸리는지?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반시간을 잡아야한다. 외국사람들이 서울을 보고 가장 놀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지만 「러쉬아워」가 아니라도 거리에는 인파로 콩나물시루가 되어 있다. 사람들 발길에 차여 빠져나가기가 용이하지 않다. 장애물 경기의 선수처럼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다가는 사람들의 그물(망)에 얽히고 만다. 왜 인도마저도 그렇게 복잡한가?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이들 끓는 거리 한복판에서 무사태평하게 악수를 교환하시는 군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겐 우정의 팔목일지는 몰라도 길가는 사람에겐 일종의 차단기인 것이다. 무신경한 악수 족의 팔을 피해 겨우 한 걸음을 옮기면 이번엔 「사랑의 열매를 사라고 앞을 가로막는「애국족파」들이 나타난다. 떼를 지어서 다니기 때문에 완전한 포위망. 이것을 무사히 뚫고 나가자면 비장한 각오와 소진의 능변이 필요하다. 겨우 빠져나왔다 싶으면 사방에서 손들이 발질을 막는다. 치질광고로부터 금일 신장개업 장안미희 운운하는 인심 좋은 「바」의 광고에 이르기까지 무려 수백 종의 선전 「비라」의 공세를 받아야한다.
수난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검」을 사라고, 구두를 닦으라고, 「스냅」사진을 찍었다고, 한푼만 달라고, 실비이하로 파는 싸구려 물건을 사라고, 장난감, 「넥타이」…이루 헤아릴 수 없는 거리의 행상인들이 「마라푼다]」처럼 돌?전을 벌여온다.
실로「헤라크레스」의 7대 난업과도 견줄만한 그 고난의 문들을 그것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길을 걸을 수 없다.
장애물 경기의 세계신기록을 가진 선수라 하더라도 명동의 백미를 10분대로 주파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차가 복잡하면 걸어다니면 될게 아니냐는 말도 알고 보면 하나의 악관론에 불과하다. 탈수도 걸을 수도 없이된 서울의 수도, 당나귀를 타고 유유히 산천을 유람하시던 옛날의 조상들이 자꾸 그리워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