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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증권사 지점장 100인이 말하는 투자 성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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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북핵 문제와 이라크 사태, 새 정부 출범 등 각종 불확실한 변수들이 증시를 덮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실 기미가 없어 보인다.

본지 증권팀은 지난 14~16일 주요 10개 증권사의 전국 1백개 지점(서울.수도권.강원.충청.경상 등 10개 지역)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에서 투자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지점장들을 통해 투자자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편집자)

◇증시 변수 어떻게 보나=지점장들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을 증권사에 맡겨 놓은 이른바 '큰손'중 36%는 다음 달 출범할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배 위주.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걱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자들이 모여있는 서울 강남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이(42%)들이 많았다. 반면 강북.수도권에선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전체적으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큰손들은 26%에 불과했다.

반면 소액투자자들은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46%) 이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 투명성 제고와 정보기술(IT) 산업 육성 등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많은 큰손(53%)들이 미국과의 대화 등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걱정과 기대가 섞인 눈으로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의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뉴욕 증시의 전망에 대해선 큰손(65%).소액투자자(46%) 가릴 것 없이 대체로 밝게 봤다. 올 하반기부터 IT 경기가 살아나면서 미국 경제도 회복할 것이란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것인지에 대해선 큰손.소액투자자 모두 긍정.부정적인 답변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최근 외국인들이 주식을 연달아 사다가 다시 팔아치우는 등 예측이 어려운 매매 패턴을 보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 의존도 높은 소액투자자=소액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비율(72%)이 큰손(5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굴리는 돈이 클수록 채권도 사고 현금도 일부 보유하는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봤을 때 서울 강남.강북, 전북, 경북, 충북 등의 소액투자자들은 전체 자산의 70% 이상이 주식이었다. 큰손들의 경우 수도권.전북.전남 지역에서 주식투자 비중(60% 이상)이 높은 가운데, 강남 부자들의 주식투자 비중은 전체 평균보다 낮은 55%였다.

부동산 등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건 경북 지역의 큰손(36%)들이었다.

◇자산 구성 바꾸나=지점장들은 큰손 중 45%가 자산 구성을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증시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짧은 기간 돈을 묻어둘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부자(41%)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해 들어 MMF엔 하루에 1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큰손들의 자금이 조만간 증시로 들어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액투자자들은 자산 구성을 바꾸겠다는 이들이 33%에 그쳤다. 또 향후 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인지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47%)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종목 선호하나=큰손들은 '대장주'인 삼성전자, 소액투자자들은 '초저가주'인 하이닉스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점장들이 큰손들의 선호 종목으로 꼽은 주식 2백67개 가운데 삼성전자의 비중이 31%로 단연 높았다. 그 밖에 국민은행.LG전자.현대자동차 등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는데 대부분이 업종 대표주들이었다.

소액투자자들은 비교적 가격이 싼 기술주에 눈길을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점장들이 뽑은 선호 종목(2백4개) 중 하이닉스 비중이 15%를 차지했다.

다음.새롬기술.필링크.한빛소프트 등도 많았다. 소액투자자들도 삼성전자가 좋은 주식이라는 것을 알지만 한번 거래할 때(최소 매매단위는 10주)마다 3백만원을 넘는 돈이 필요해 섣불리 달려들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투자자 특징은=큰손.소액투자자를 합쳐 평균 2천5백58만원 가량을 증권사에 맡겨놓은 것(위탁자산 기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강남(3천5백여만원)보다 강북(3천7백여만원)이 많았다. 또 증권사 1개 지점당 평균 96명의 큰손 고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지점 중 큰손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증권 분당지점(8백39명)이었다. 투자자들의 주요 직업은 회사원(39%).자영업자(39%)가 많았고, 평균연령은 44세였다.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지점을 직접 방문해 주문을 내는 투자자 비중은 4%에 그쳤다.

김준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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