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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에 담은 그리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뜰에 내다놓은 항아리에서 활짝 펴난 진달래꽃잎 위로 포근한 분홍햇살이 어린다.
파르르 먼데서 하늘 풀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엄마는 아칩부더 뒤란밭을 일구고 계시다.
오얏나무 옆의 마늘밭과 파밭에선 푸른파와 마늘잎이 제법 자랐고, 그 앞에다 배추씨와 상치씨 그리고 덩굴콩도 심으셨다.
○…그저께 저넉나절, 동생과 강건너 구영네서 접붙인 오얏나무 몇 그루와 복숭아나무 두 그루를 얻어다 울타리 옆에 흙을 꼭꼭 밟아 심었다.
며칠 있으면 군에 입대하게 될 동생은 자기가 제대할 때 쯤이면 오얏이랑 복숭아를 먹게될거라며 무척신이나 한다.
며칠전에 손질해놓은 우물곁 화초발에도 조그만 싹들이 뾰족이 나오고 있다.
하늘이 푸르다.
○…넓지않은 울 안이지만 이 아침 하늘빛깔은 참 푸르고 넓기만하다.
겨우내 마른풀만 먹느라고 살이 좀 여윈 우리 염소도 푸른 풀에 입맛을 돌려 보얗게 살이 오를테지.
팔을 걷어 우물에서 세수를 하고 거울앞에서 머리를 곱게 빗고나면 누구 반가운이 라도 찾아올 듯 기다려진다.
차분히 오늘은 책상 앞에서 편지를 써야겠다.
진달래꽃잎 분홍빚깔 가득담아 그리운 얼굴들에게 정다움을 띄워 주어야지.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진리 29의15·오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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