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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돈 줄 찾아 동분서주|선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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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본 의원은 국헌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며 국회의원의 직무를성실히 수항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 4년전 의정단상에서 보람찬 의정생활을 약속한 선서는 총선이 눈앞에 다가올수륵 나날이 퇴색해 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총선 1년을 앞두고 벌써부터 선거바람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으며 어떤의원은 「선량」이란 의식마저 송두리째 내던지고 총선을 향해 숨이 가쁘다.
비록 우리의 국회가 국정의「테두리」밖에 뒹구는 습성을 자주 들추어 내었다해도 48년「5·10」총선으로 구성된 제헌국회이후 6대를 거치는 동안 1천2백60여명의 금「배지」를 생산했다.
「20만 선량」의 정의는 인구 20만기준의 지역구에서 좋은사람을 고르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선거방법은 문제가 되지않고 정당에서 공천한 입후보를 고르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미 선정된 사람을 고르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정당이 국민의 기반위에 서지 않고 비 민주적인 요소를 풍긴다면「선량」이 아닌 「선악」이 선출될 경우도 생기게된다.
선량을 축구대표선수로 비유한 서인석 (공화) 의원은「선악」으로 낙인찍힌 축구선수는 총선이란「타이밍」을 이용하여 마땅히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6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헌법 부칙 제 2 조에 의거,67년 6월 30일에 끝나게되며 6대 국회가 개원된 63년 12월 17일부터 계산해보면 의원임기는 3년 6개월밖에 되지않아 헌법에 보장된 4년임기에서 6개월이나 밑지게 되었다고 의원들은 섭섭해하는 눈치.
67년 4월쯤 실시될 총선의 양상은 지난 선거때와 마찬가지로 돈과 조직이 큰 위력을 나타낼 것이라고 여·야의원들은 한결같이 내다보고 선거자금 염출에 초조한 빛을 보이면서 동분서주하는 실정이다.
지난 선거때 50만원의 최저자금으로 당선되었다고 자랑하는 박영녹 (민중) 의원도 있는가하면 경북 모구에서 1천만원이상의 자금을 뿌렸어도 떨어진 인사가 있다.
명년 선거자금의 평균기준은 얼마인지 측정하기 어려우나 최소 3백만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것이 선거바람이 일기 시작한 정가의 선거예산안-.
노란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들어선「선량」들은 4년임기의 전반기를 원내활동에 두고 후반기를 선거에 대비하여 자금을 살포, 활력을 불어넣는다.
『경조비가 지구당 경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매일 평균 2건 이상의 주례를 맡는것이 중요 일과의 하나입니다』 (M 의원의말).
취직알선에 손꼽히고 있는 L의원은 상대당 인사가 어느 유권자를 모회사계장직에 앉혀 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자파유권자를 좀 더 높은 과장직에 취직시킴으로써 상대당 인사를 견제하기도 했다.
야당의 겅우는 좀 다르지만 여당 소속의원들은 중앙당에서 매월 평균 4, 5만원씩의 지구당 유지비를 보조받고 있는데다가 정부의 여당 지역구에 대한 공장건설 등 집중적인 투자로 많은 혜택을 받고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국가리익에 앞장서야 할 선량들이 지역구 개발이라는 허울좋은 명목을붙여 자신의 지역구에 정부투자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눈물겨운」공작을 하고 다녀 의원상호간의 부신과 모략을 받기 일쑤일 때가 많다.
C의원은 모 건설업자가 기득권을 갖고 추진하는 둑 공사가 선거구를 ??횡단하고 있음을알고 자신의 선거구에 들어온 둑 공사를 차지하여 결국 둑이 두동강이 나는 사태까지 빚어냈다.
김종비 공화당의장은 사견으로 공화당의원 가운데 27명을 제외하고는 부패한 흔적이 있다고 말한 일이있다.
신한당의 이재형씨는 6대 국회를 부정부패의 총본산이라고 지적했다.
국공유지불하사건, 「코로나」일산 자동거도입 의혹사건 등 부정부패사건이 잇달아 국회에서 문제화할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관련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도는가 하면 언론파동, 한·일협정비준파동 등 정치파동을 겪는 동안 거액의 금품이 의원들의 손에서 손으로 오고 갔다는 항세 때문에「사꾸라」의원,「두더지」의원,「송충」의원,「코로나」의원… 불미스러운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권이 개재된 정책·사업에는 민감한 의원들도 있다.
정부지불보증 동의안이 국회에서 심의될 때는 결석하던 의원마저 빠짐없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선량」이 국회에서 토론의 최대공약서를 발견치 못하고 부정부패, 무능, 무위에 빠지게 되는 근본요인은 선량의 자세가 구부러졌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이상철의원은 『국가리익을 존중하는 확고한 정신적 자세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김상신의원은 『기회주의적인 정책을 배제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의원은 소수인 야당의견을 무시하고 다수의 횡포가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당리당략의 소산이라고 말했다.
서인석의원은 선거구민에 밀착하기 위해 유권자에게 아첨하는 정치가 지양되는 것이 선량의 자세를 가다듬는 제일과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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