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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정재덕 구룡포과메기협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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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덕(鄭載德 ·61) 구룡포과메기협회장은 7일 아침 일찍 회원 10여명과 함께 부산으로 떠났다.

부산의 한 수입업자가 대만산 꽁치를 대량으로 들여 왔다는 전갈이 와서였다.이날도 찾아온 수능시험 추위가 鄭회장에겐 포항에 과메기철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졌다.

“쿠릴열도 어장에서 우리 배가 꽁치를 잡을 수 없게 됐고‥.그렇다고 과메기 값을 마냥 올릴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그래서 鄭회장은 6일 저녁 회원 60여명을 긴급 소집,대책회의를 가졌다.먼저 수입 꽁치의 관세율 인하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키로 했다.현재 수입수산물의 관세율은 45%.

올해 가격은 비용절감 등을 통해 지난해(한 두름당 도매가는 6천∼7천원선)보다 1천원만 올리기로 했다.

포항 과메기엔 옛날 과거를 보러 해변길을 가던 한 선비가 소나무 가지에 눈이 꿰인 생선(貫目魚)을 먹어 보고 그 맛을 잊지 못해 퍼뜨렸다는 속설이 있다.

한겨울에 잡힌 청어나 꽁치를 그대로 그늘진 곳에서 얼렸다 말렸다를 거듭하며 발효시키는 식품으로 조선조엔 왕실 진상품이기도 했다.

이달 하순부터 포항 구룡포읍 일대 바닷가와 산비탈은 온통 과메기 덕장으로 뒤덮인다.동해안 연안꽁치 잡이의 전진기지이기도 한 구룡포는 이때부터 과메기의 최대 생산지가 된다.

지난해 겨울의 경우 이곳에서 85만 두름(1천7백여만마리)이 생산돼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도매가격만으로도 60억원의 매출을 기록,이제 포항의 어엿한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鄭회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30여년을 포항지역 수산물 가공업계에서 일해 왔다.

펭귄식품 ·동원식품 ·㈜동수 등 통조림가공 또는 수산물냉동업체들이다.직업이 직업이어선지 그는 80년대 초부터 과메기 상품화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포항에는 겨울이면 대폿집마다 신문지를 펼쳐 놓고 과메기를 뜯어 안주로 삼았지만 겨울 한철이 고작이고 그것도 포항을 벗어나면 알아주지 않는 지역 특산물에 불과했다.

젊은 시절 술을 좋아한 그는 “이 좋은 안주를 사계절식품으로 전국에 진출시키자”며 1989년부터 직장도 그만 두고 연구에 매달렸다.

밤에는 살얼음이 낄 정도로 얼었다가 낮에는 녹기를 반복하며 발효 ·숙성되는 과메기는 상품화하기엔 까다로운 식품이다.겨울에 만들어 냉장보관을 잘해도 3∼4개월이 지나면 꽁치 육질의 기름끼가 빠져나와 못 먹게 된다.

鄭회장은 일본 견학 등의 노력으로 95년 마침내 사계절 생산이 가능한 냉풍건조시설을 마련했다.‘구룡포 명물 4계절 과메기’란 브랜드로 진공 포장의 과메기를 내놓으면서 포항 과메기는 전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이어 포항시도 97년부터 과메기축제를 시작하는 등 본격 지원에 나섰다.

“과메기는 그냥 술안주가 아닙니다.등푸른 생선의 불포화지방산인 EPA ·DHA 함량이 높아 혈관을 확장시키고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鄭회장은 인터뷰 도중 4차례나 과메기 예찬론을 펼쳤다.

정기환 기자 einbaum@joongang.co.kr>

◇정재덕 회장은...
▶1940년 포항시 남구 대송리 출생
▶ 59년 포항 동지상고 졸업
▶ 72년 펭귄종합식품 생산주임
▶ 78년 ㈜동수 생산대리
▶ 85년 동원식품 생산과장
▶현재 구룡포과메기협회장,대영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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