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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동맹 구상과 한국의 안전보장 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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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금의 보도는 내 6월 중순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아세아지역국가 각료회의」를 계기로 해서 공산 위협에 대한 지역적 공동조치의 구상이 실현단계로 옮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느끼게 하거니와, 우리는 특히 증대하는 중공의 팽창적인 「힘」이 최대한 견제·봉쇄되어야 한다는 견지에서의 국가적 이해관계를 다른 어느 「아시아」 국가보다도 절박하게 통감하면서도 오늘의 변질된 국제 정치적 동태로 미루어 생각하여 우리의 진정한 안전보장과 효율적 방위태세의 확립을 위해서 이러한 공동방위 조처가 우리의 국가적 이익과 운명에 과연 어느 정도의 공헌을 하게 될 것인 지를 신중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한 가지 뚜렷이 밝혀두어야 할 점은 한국의 근본적 안전보장과 방위태세는 한·미 방위조약을 대들보로 삼아왔으며 앞으로도 우리 자체의 「힘」의 성장이 미국의 군사원조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그러한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는 종래까지의 기본적 방위 형태에 어떠한 변동이나 동요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소신이다. 각 종의 부수적 문제와 정치적 난관을 무릅쓰고 국군의 월남 파병·증파가 단행된 까닭도 이러한 한·미 방위지원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한다는 의의가 컸던 것으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해진 「동북아 동맹」과 같은 지역방위기구는 그것이 어떠한 내용의 것이든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미 군사지원이라는 기본구조에 추호의 변형이나 변질을 가져오는 것이어서는 절대 불가하다는 점을 미리 강조해둔다.
이러한 우리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 근거를 둔다. 첫째로 지금의 다원화된 국제정치적 동태에서는 미·소 냉전을 배경으로 하던 양극화시대의 지역방위체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전락하였으며 그 가장 이상적 전형으로 알려졌던 「나토」마저도 이미 그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으로 변용 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또 하나의 지역방위기구의 창설로써 어떠한 실효를 기대할 수 있는 지를 치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으로 믿는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리의 소신으로는 막연한 집단안전보장 체제에서보다는 한·미 방위조약의 수정·강화로써만 진정한 한국의 안전보장은 비로소 유지될 수 있고 확고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한·일 조약논쟁 과정에서 우리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문제점의 하나로 한·일 국교정상화로써 「동북아 군사동맹」을 획책한다는 좌익공산세력의 반대론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서는 한·일 양국 정부의 확고한 부정이 있었던 것이나 우리가 짐작한 바와 같이 내 6월의 서울회담이 고비가 되어 그러한 기구가 창설된다면 공산측의 한·일 조약 반대이유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일본이 주도세력이 되어 형성될 지도 모른다고 추단되어 온 그러한 군사협조기구가 국민감정이나 이해관계로 보아 결코 우리에게는 유리하거나 도움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점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기구 속에서 한국의 고유하고 긴박한 공산위협과 대공방위의 특수입장이 매몰되어 일본의 안전보장과 방위체제의 한 부분적 내지는 부수적 전초기지의 역할로 간주·취급될 가능성이다. 따라서 「아세아 및 태평양 지역 국가 각료회의」에 우리가 기대하는 성과는 경제적·문화적·사회적 면에서의 상호근대화를 촉진·지원하기 위한 유대강화가 앞으로 설치기구의 창설로써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원하면서, 개개국가의 안전보장문제는 각 개의 특수·고유한 형편에 따라 최선책을 강구하도록 상호간의 격려와 지원을 다짐하는 것으로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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