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남자의 그 물건’] TV가 풀어주는 스마트폰 암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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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

‘앱등이’와 ‘삼엽충’.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주역들이다. 무슨 뜻일까? 앱등이는 ‘아이폰’을 만드는 회사 ‘애플’에다 벌레 이름 ‘곱등이’를 합해 부르는 말이다. 애플 제품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사용자들을 비꼬아 지칭하는 단어다. 삼엽충은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이를 옹호하는 사용자 그룹을 비하해 부르는 말이다. 지난해 두 회사는 ‘특허 전쟁’을 벌이며 공격·방어를 거듭했다. 전 같으면 관련 전문가들만 갑론을박 했을 내용들이 연일 언론매체를 통해 상세하게 보도됐다. ‘스마트폰’이라는 IT(정보기술) 기기 하나를 두고 벌어진 전쟁 아닌 전쟁에 대중의 관심이 쏠려 있었기에 벌어진 현상이다.

 뉴스만 쳐다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 사람들이 ‘앱등이’ ‘삼엽충’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양사가 법정에서 맞붙는 동안 이들의 장외 공방도 치열했다. 한쪽은 ‘스마트폰이 애플 창업자인 잡스가 창조한 신문명’이라 주장하고 다른 편은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기계를 쓰게 해준 것이 갤럭시’라며 맞붙었다. 두 회사에서 새로 출시할 신제품에 대한 이런저런 뉴스가 보도될라치면 인터넷상에서 양 진영은 서로를 공격했다. 운영체제, 디자인 세부 사항, 디스플레이와 하드웨어 사양 등 전문적인 논리를 들이대며 양보 없이 치고받았다.

 ‘전자 기기에 열광하는 일부’는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을 소비해 왔다. 대중은 스마트폰을 일상 생활용품으로 대한다. 지난달 인터넷 전문 투자 분석가인 매리 미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3200만 명 정도다. 전 세계 7위다. 보급률로는 세계 2위다. 우리 국민 10명 중 약 6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선 회사 경영자의 창의성,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하드웨어의 우수성 같은 갑론을박만 뜨겁다. ‘새로 스마트폰을 사려는데 뭘 사야 하나?’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주 JTBC 신규 프로그램 ‘남자의 그 물건’ 녹화에 참여했다. 전 국민의 ‘생활용품’이다시피 한 스마트폰에 대한 궁금증을 기발한 상상으로 풀어낸 현장이었다. 신개념 예능쇼 ‘남자의 그 물건’ 현장에선 국내 스마트폰 시장 판매 순위 1위부터 4위까지 제품을 두고 ‘실험맨’을 자처한 MC 김구라, 이훈, 이상민, 밴드 톡식 등이 ‘내 것이 최고’라고 주장하며 쇼를 이끌어갔다. 출연자 각자는 ‘삼엽충’ ‘앱등이’가 아닌 보통 소비자를 대변했다. 평범한 소비자가 궁금해 할 법한, 그렇지만 고가의 기계로 감히 직접 하지 못할 예측불허의 실험까지 동원해 가며 제품을 비교 분석했다. 기계에 열광하는 소수의 얘기보다 보통 사람의 호기심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국내 방송 최초 시도’다.

오늘(11일) 밤 11시 처음 방송되는 JTBC ‘신개념 예능쇼-남자의 그 물건’에선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최신 기종 4대를 두고 MC들 간 양보 없는 격전이 펼쳐진다. 해당 스마트폰을 체험한 MC들이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의 특장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수다에 그치지 않는다. 고가의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해볼 수 없었던 실험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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