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도다리 금어기 잘못 설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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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동해안 ‘도다리’의 자원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물고기가 알을 낳는 산란기와 포획을 금지하는 금어기가 일치하지 않아서다.

 도다리는 지역에서 흔히 그렇게 부르지만 본래 이름은 문치가자미다.

 포항수산업협동조합(포항수협)은 요즘 매일 새벽 어민들이 잡아오는 문치가자미를 위판한다. 문제는 위판장에 오는 문치가자미가 대부분 산란기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암컷은 알을 배고 수컷은 정소가 생겨 배가 통통하다. 포항수협의 한 경매인은 “위판 물량의 90% 가까이가 ‘알배기’로 불리는 산란기 문치가자미”라며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 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포항 죽도시장 등 동해안 횟집에서도 요즘 산란기 문치가자미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간 자칫 문치가자미의 씨를 말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문치가자미 한 마리가 낳는 알은 40만~60만 개며, 이 가운데 0.01%가 성체로 자란다.

 금어기는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산란기와 어민 사정을 감안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설정한다.

 문치가자미의 산란기는 12월부터 2월까지다. 금어기는 경북 동해안의 경우 2월 한 달 동안이다. 문치가자미가 가장 많이 잡히는 남해안은 금어기가 12월, 1월 두 달간이다. 같은 어종인데도 동·남해안이 서로 다르다. 바다별로 금어기가 달라 생기는 문제도 있다. 포항에서 문치가자미를 잡는 자망협회 한 회원은 “남해안 어민이 최근 포항수협으로 위판을 왔더라”고 말했다. 또 경남 선적 배들이 12월과 1월에 동해안으로 올라와 문치가자미를 잡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산란기 어족 자원 보호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금어기가 서로 다른 배경은 이렇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안을 중심으로 문치가자미의 산란기 등을 조사해 농림수산식품부에 근거 자료를 제공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여기에다 어민들의 수익 측면을 감안해 금어기를 정한다. 그래서 남해안은 12월, 1월 두 달간이 금어기로 정해졌다. 동해안은 산란기 조사보다 어민들 의견이 금어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한다. 수산자원관리법의 금어기 조항은 2009년 현재대로 고쳐졌다.

 포항수협은 지난해 문치가자미 등 가자미류 381t을 위판해 80억3700만원의 위판고를 올렸다. 이 가운데 문치가자미는 70~80%를 차지한다. 문치가자미는 지난해 여름 위판가가 1㎏에 2만~3만원에 이르렀다. 반면 산란기가 되면 값은 1㎏에 5000~7000원으로 떨어진다.

 포항수협 관계자는 “산란기 문치가자미는 고기가 물러져 맛이 덜하다”며 “경제성이 떨어지는 금어기를 아예 12월부터 2월까지 석 달간으로 연장해 동·남해안을 통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어족 자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전복은 9월, 10월 두 달간이 금어기다. 어민들은 “추석이 들어가는 9월 한 달을 감안해 금어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북도 김태주 수산진흥과장은 “동해안 어민 등 현장 여론을 수렴해 금어기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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