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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거 뒤의 ‘토착비리’, 강력히 다스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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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감사원이 발표한 토착비리 사례는 지방 공직사회의 부패 실상을 또다시 보여준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전 중구청장은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이미 결정된 근무평점 기록을 바꾸도록 지시했다. 충남 아산의 전(前) 시장은 골프장 건설이 금지된 농림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꾸도록 지시해 특정업자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경북 영양군은 전통문화단지를 매입하면서 감정평가조서에 전(田)은 늘리고 임야면적은 줄여 의도적으로 비싸게 주고 샀고, 전북 순창의 한 보건소 회계담당자는 법인카드로 개인 생활비 1400만원을 낭비하는 꼼수를 썼다가 덜미를 잡혔다. 모두 공직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지방정부의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행태들이다.

 감사원은 토착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매년 일제 감사를 해왔다. 이로 인해 토목공사 계약과 인허가 과정에서 벌어지는 노골적인 비리는 제법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부동산평가조서·인사평점 기록 조작 등 그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지능화·음성화하고 있다. 그대로 두면 새로운 형태의, 교묘한 병폐가 우리 지방행정 체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

 특히 올해는 어느 해보다 토착비리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양대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인과 공무원, 지방세력 간의 검은 커넥션이 강화됐다. 선거 과정에서 중앙정치 세력은 지방 토착세력의 도움을 받았고, 그 결과가 올 한 해 이권·특혜 챙겨주기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지역들의 선거 캠프에 비리 전력이 있는 토착세력의 줄서기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눈을 부릅뜨고 토착비리의 발호를 경계해야 한다. 복지 서비스 확대 등으로 가뜩이나 지방 재정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리 청산을 통해 지방행정의 흐름을 좀 더 맑게 해야 예산 낭비를 줄이고 추가 재원을 발굴할 수 있다. 이참에 토착비리에 대한 처벌 강도도 높여야 한다. 주의·경고 같은 솜방망이 처분으로는 구태의연한 비리 사슬이 끊어지지 않는다. 수사기관 고발 등 단호한 척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