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이버서도 공교육 밀려… 교육부 '에듀넷' 찬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방학동의 金모(36.여) 씨는 초등학교 3년 딸을 위해 최근 인터넷 사설 교육사이트인 T사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사이트를 수업자료로 쓰는 학교 선생님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 학교는 전국의 모든 학교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무료 교육사이트 '에듀넷'이 깔려 있지만 이를 클릭하는 교사는 별로 없다.

1996년 만들어져 연간 1백5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에듀넷이 빈약한 내용과 불편한 이용방식 때문에 많은 일선교사.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T사 등 20여개의 사설 교육사이트들이 사이버 부교재 시장을 놓고 치열한 영업전쟁을 벌이고 있다.

◇ 불편.부실한 에듀넷=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 중인 에듀넷은 특히 체험활동.멀티미디어 교육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뀐 7차 교육과정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자료가 수업 전 교사들이 미리 해당 파일을 다운받은 뒤 컴퓨터상에서 다시 가공해야 모니터에 띄울 수 있게 돼 있다.

반면 사설 사이트는 접속과 동시에 교재로 사용할 수 있고,그림.음향.설명자료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가령, 초등2년 국어의 '본 대로 들은 대로' 단원의 경우 에듀넷에는 그림파일 네개만 올라 있어 이를 다운받아 사용해야 하지만, 사설 사이트에선 접속만 하면 20여쪽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 K중 吳모 교사는 "에듀넷은 정보량만 방대할 뿐 정리가 안된 창고"라며 "과목별로 심도있고 재미있게 구성된 사설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에듀넷은 평생교육 분야까지 폭넓게 다뤄야 하는 만큼 특화된 자료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사설 사이트 이용 여건이 안되는 저소득층 학생이나 비인기과목 자료 제공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사설 사이트 과열경쟁=초등학생 전문 T사에 지난 1학기 중 단체 가입한 학교는 2천5백여곳.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하기도 해 전체 초등교사의 65%인 6만5천명이 회원이다.

T사측는 "교사들은 학기당 1만1천원의 할인가격에, 학생.학부모는 2만7천원에 제공한다"며 "2003년까지 회원 40만명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다른 T사.I사.H사 등은 교사들은 무료, 학생은 월 1만~3만원씩에 회원을 모집 중이다. 한 관계자는 "판촉팀을 짜 일선 학교를 돌고 있다"며 "교사들에 대한 할인특혜 등 업체간 경쟁이 부교재 비리 시비를 부를 판"이라고 했다.

성호준.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