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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기만해선 알 수 없는 것 반갑다, 이기찬

중앙일보

입력

반지, 목걸이, 시계 같은 액세서리는 싫어한다. 곧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는 영화광(狂)이다. 덕분에 동네 비디오 가게 아저씨가 그를 굉장히 좋아한다. 우리 또래답지 않게 핸드폰 벨소리, 초기화면 바꾸기 등엔 별로 관심이 없다. 말이 없고, 차분한 남자 같지만 정신없고, 덜렁대는 남자가 바로 그다.또 한 번의 가을이 가는 무렵 이기찬, 그를 만났다.


music
1년 6개월 만에 새 앨범을 내놓고 다시 활동을 시작한 이기찬을 만났다. 그는 감기에 걸려 고생 중이라며 뜨거운 녹차 한 잔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지금까지 그의 노래는 기교가 많은 R&B 창법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앨범엔 감정, 필(feel)에 충실한 정통 발라드 방식으로 노래를 불렀다. 갑자기 창법을 바꿔서 녹음할 때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아직도 목소리에 많이 신경이 쓰이는데, 감기까지 걸려 목에 더욱 신경이 써진다고.
“댄스곡이 있어요, ‘널 위한 사랑’이라고. 그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제게 뭐라 그러는지 아세요? 꼭 홍경민 형 목소리 같다나요? 창법에 좀 변화를 줬어요. 가사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호흡을 아주 짧게 하며 노래를 불렀어요. 음, 그리고 숨소리 같은 아주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했구요.” 타이틀곡인 ‘또 한번 사랑은 가고’는 박진영, 후속곡 ‘비바! 내 사랑’ 등은 홍종구, 김영훈 같은 베테랑 뮤지션들의 곡. 지난번 앨범 전곡을 직접 작사 및 작곡하다시피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4곡의 자작곡을 아예 타이틀곡과 후속곡 후보에서 빼버렸다. 최선을 다해 곡을 선정하고, 앨범을 내놓았다. 최선을 다해서.


himself
“일찍 일어나곤 싶지만, 전날 몇 시에 잠자리에 드냐에 따라 기상 시간이 달라져요. 수업이나 방송이 없는 날엔 보통 12시쯤 일어나 방 청소를 살짝(?) 해주고, 음악을 틀고 씻은 다음 친구와 약속을 잡아요.”
친구들 사이에서 이기찬은 이렇게 불린다. ‘그러려니’. 이게 그의 별명이란다. 엉뚱한 이야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안을 잘 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라나. 처음엔 기찬이의 이런 이야기들에 친구들이 어이없어했지만,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단다. 사랑, 가족, 친구. 이 세 단어를 제일 좋아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근사한 바(bar)보다는 포장마차를 즐겨 찾는 소탈한 남자. 압구정동 일대 포장마차 주인들 중 이기찬을 모르면 간첩이다. 술? 소주 반 병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캬~.

dream

남자들도 질투를 느끼냐는 갑작스런 질문에 그가 ‘예스’라고 말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뿐, 질투라는 감정은 남자나 여자 똑같다는 게 그의 생각. 때문인지 가수로서 음악에 대한 욕심이 그 누구보다 많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1학년을 마치고 다시 수능 시험을 봤다. 그리고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00학번이 됐다. 음악 외에는 관심 가는 분야가 아직은 없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인터넷에 접속해도 꼭 음악 관련 사이트만 가서 검색을 한다.
요즘 그의 즐겨찾기엔 이기찬 팬사이트가 추가 등록되었다. 얼마 전 그의 팬들이 도메인(www.leekichan.com)을 만들어 팬클럽을 웹상에 올려놓았다. 고마운 사람들, 후훗. 가수로서 대중들이 인정하고, 더불어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인정받는, 노래하는 이기찬이 되고 싶다. 정말 욕심 많은 사람 이기찬, 그의 꿈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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