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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우정의 양보로 시드니 출전 케이 포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우정어린 양보'가 그녀에게만은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이었다. 지난해 5월 미국 태권도 대표선발전에서 에스더 김(20)의 양보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주목받았던 케이 포(19.사진)가 한국에 왔다.

미국 대표로 이번 제주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핀급에 출전하는 포는 에스더 김에 관한 물음에 조금은 부담스러워했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태권도를 배워온 절친한 친구가 그녀에겐 이젠 잊고 지내야 할 대상으로 남겨진 인상이었다. 오는 6일 결전을 앞둔 포를 만났다.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 1회전에서 탈락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충격이 컸다. 사실 그때 태권도를 포기하고 싶었다. 그후 4개월 동안 운동을 접고 방황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주신 부모님 덕분에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올 1월부터 다시 도복을 입었다."

-그때 탈락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

"부담감이었다. 사람들은 나의 실력보단 모두들 에스더 김과의 관계에만 관심을 보였다. 운이 좋아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는 시선도 많았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너무 긴장돼 차라리 그냥 에스더가 나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당시 에스더도 경기장에 나와 응원을 했는데.

"1회전에서 어이없이 지고 나서 에스더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마 말을 건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잘 지낸다. 에스더는 텍사스에 있고 난 콜로라도에 있어 예전처럼 만나기 쉽진 않지만 자주 전화연락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명예회복의 기회인데.

"누구나 자신감 없이 대회에 출전하진 않는다. 금메달이 목표고 최상의 컨디션이다. 잘 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누구를 특별히 라이벌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태권도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나를 믿는 것,그것이 지금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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