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건설사 옥죄는 최저가낙찰제 풀릴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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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새 정부 출범이 얼마 안 남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만큼 사실 지금부터 새 정부 체제다.이 시기가 되면 인수위원회 등에는 긴 줄이 생긴다. 여러 분야 사람들이 자신들의 현안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금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기 마련이다.건설업계에는 부동산·건설 경기 활성화가 첫 손에 꼽히는 현안이다. 워낙 시장이 위축돼 있어 두 말하면 잔소리다.

여기에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최저가 낙찰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건설업계에는 경기 활성화와 더불어 가장 큰 현안이다. 직접적으로 기업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최저가낙찰제는 말 그대로 최저가로 공사 금액을 써낸 건설업체가 공공공사를 수주하는 것이다. 현재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일감이 없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서로 출혈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로 돌아온다는 계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폐지·부활 반복한 불안정한 제도

하도급 업체인 전문건설업체 등의 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저가낙찰제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출혈 경쟁을 야기해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그래서 2011년 정부가 예산 절감을 위해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만 적용하던 최적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려고 추진했으나 건설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시행을 유보하기도 했다.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 촉구 결의문’을 통과시키고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국회에서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을 마련한 뒤 재논의하기로 했으나 정치 일정 문제로 개선안 마련은 답보를 거듭했다.이 최저가낙찰제는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도다. 덤핑수주와 부실시공에 따른 예산낭비, 인명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문제로 부활과 폐지를 밥 먹듯 했다.

1962년~1971년까지 적용했고 이후 1976~1981년에 2차 도입된 이후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저가심의에 대한 객관성 결여 등을 이유로 폐지됐다. 1983~1995년에 다시 도입했으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 재차 폐기된 바 있다.

최저가낙찰제 조속히 보완해야

건설업계는 “영국과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최저가낙찰제를 거의 적용하지 않고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에는 최저가낙찰제를 보완하는 내용의 관련법안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새누리당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이 종합평가낙찰제 도입을 담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해 11 30일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력이 필요한 공사의 경우 입찰가격, 기술력, 계약이행능력을 종합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종합평가낙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또 공공공사 발주기관은 종합평가낙찰제를 통해 기관이나 공사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이를 통해 획일적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비효율적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낙찰자를 결정할 때에는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심의위원회나 설계자문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김희국 의원 측은 “공사를 적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을 주고 발주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란 측면에서는 정부의 도덕적 의무”라며 “정부가 민간 기업들을 옥죄게 만드는 현행 최저가낙찰제의 문제는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하지만 이 개정안은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여태 소위(국회재정위원회)에 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건설공사의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벼랑 끝에 몰린 전문건설업체 등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조속한 처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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