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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성공한 뒤 세계 진출? 처음부터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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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변광준

“국내에서 성공해야만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고? 왜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못하나.”

 사단법인 앱센터운동본부의 변광준(51·아주대 정보컴퓨터공학과 교수) 본부장이 청년 창업자들에게 던진 화두다. 앱센터운동본부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의 협업과 창업을 돕는 곳이다. 구글코리아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 액셀러레이터(accelerater)인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9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스타트업·액셀러레이터 같은 용어가 낯설다.

 “스타트업은 진짜 벤처로 발전하기 위한 준비 단계 기업으로 보면 된다. 이름처럼 이제 막 시동을 건 벤처다. 액셀러레이팅(Accelerating)은 벤처 인큐베이팅(육성·Incubating)에서 한발 더 나아간 활동이다.

 소액(2만 달러 미만) 투자와 3개월간의 집중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돕는다. 그런 일을 하는 주체가 액셀러레이터다.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영 컨설팅, 해외 진출 등까지 통합적으로 도와 스타트업이 경쟁력 있는 벤처가 될 수 있도록 해준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50여 개 액셀러레이터를 후원하는데 아시아에서 구글과 제휴한 건 K스타트업이 처음이다.”

 -액셀러레이터가 국내에도 많나.

 “여럿 있지만 K스타트업은 특히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일각에선 국내에서 성공해야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국내외 구분이 어디 있나. 국내만을 타깃으로 한 앱으론 살아남기 어렵다. 기술만 보자면 국내 개발자 수준은 실리콘밸리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영어가 겁나고 해외 인맥이 없다고 막연히 두려워한다. 실제 도전해 보면 별것 아니다. 일전에 세콰이어 캐피털(세계 유명 벤처캐피털 전문 업체) 담당자를 만났는데, 이음(온라인 소개팅 서비스)이나 드래곤플라이트(소셜 게임)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되레 놀랐다.”

 -마치 가수 싸이의 미국 안착을 도운 스쿠터 브라운(미국 연예기획자) 같은 관계가 되는 거냐.

 “아니다. 스쿠터 브라운은 알아서 싸이를 찾아 계약을 맺지 않았나. K스타트업은 강남과 팰로앨토(실리콘밸리 지역)를 잇는 파이프라인이 될 거다.”

 -국내에서 검증받지 않았는데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2007년 가을 아주대에서 페이스북용 앱 개발 강의를 신설했다. 그 당시 수강생 중 글로벌을 상대로 앱을 만들어본 학생 둘은 후에 창업까지 했다. 앱 개발에 빠져 학점이 나빠 삼성전자를 갈 수 없어서이긴 했지만. 지금은 10명의 직원을 둔 회사의 대표다. 지금은 ‘그때 삼성 갔으면 어쩔 뻔했냐’ 하더라.”

 -기술은 뒤지지 않는다는데 왜 한국엔 세계적 소셜게임업체인 징가 같은 회사가 없나.

 “2007년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100만 명만 됐어도 징가는 한국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때 학생들이 앱은 만들었는데 주변에 페이스북을 하는 친구가 없으니 안면도 없는 외국 사용자들과 친구 맺고 앱 써보라고 하고 그랬던 시절이었다.”

 -앞으로 스타트업을 어떻게 도울 건가.

 “14일까지 스타트업을 모집한다. 10개 팀을 선발해 각각 2000만원의 창업 준비금과 개발 공간을 제공하고 3개월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21일부터 25일까지는 해외에서 실제로 벤처를 세우고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멘토들을 초청해 캠프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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