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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사라” 권하고 23억 챙긴 TV 증권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증권 전문가로 케이블방송인 H채널 증권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전모(34)씨는 2011년 10월 사무실에서 인터넷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이용해 안랩 주식 30억원어치(7만6074주)를 샀다. 몇 시간 뒤 그 방송에 출연해 “수급이 강하고 테마성이 있으며 대선 테마주로 부상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안랩 종목을 사라고 강력히 추천했다. 다음 날엔 다른 프로그램 2곳에 출연해 같은 내용의 방송을 2~3차례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씨는 별도의 인터넷 증권방송을 통해서도 유료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안랩을 추천했다. 자신의 인터넷 팬클럽 커뮤니티 회원들에게는 추천종목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이후 안랩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2주일 뒤 전씨는 보유 주식을 전부 팔아치워 23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이른바 ‘스캘핑’ 수법을 사기적 부정거래로 기소한 첫 사례다. 스캘핑은 전씨처럼 투자자문업자가 특정 주식을 추천하기 직전 해당 주식을 매수하고 추천 후 주가가 오르면 즉시 매도해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검찰은 증권업계 관계자 10여 명이 전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올린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전씨는 2011년 10월부터 불과 석 달 만에 주식 210만7000여 주를 매수한 뒤 되팔아 36억9000여만원을 벌었다. 전씨가 범행에 이용한 종목은 안랩·서한·바이오스페이스·바른손 등 4개 종목이었다. 전씨는 대학 졸업 후 아마추어 전업투자자로 활동해 ‘족집게’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H채널과 출연 계약을 한 뒤 투자종목을 분석해 추천하는 프로그램에 나갔다. 팬클럽이 생기자 유료 회원들로부터 매달 80만~100만원의 회비를 받으며 추천종목 정보를 제공했다.

 검찰은 스캘핑 수법으로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또 다른 전업투자자 한 명도 최근 구속했다고 밝혔다. 증권방송 출연자에게 주는 수고비인 속칭 ‘꽃값’ 3억5000만원을 투자해 6개월간 약 90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방송 전문가들이 선행매매 수법으로 ‘한탕’ 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앞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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