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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출구없는 청년실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각급 학교의 졸업생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이 사상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웬만한 직장이라면 몇명 모집에 수십배의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보통이고, 취업 박람회마다 북새통을 이뤄 취업난을 실감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은 대학 졸업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실업이 외환 위기 이후 갈수록 악화하면서 이제 개개인이 일자리를 못 찾는 단순 차원을 넘어 직장과 사회에서의 단절 등 심각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굳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노동시장은 특히 청년들에게 가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4세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8.6%로 평균 실업률 3%의 세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6%보다 낮아지기는 했으나 95년의 5.5%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군에 입대한 청년들이 제대하면서 그 숫자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외환 위기 이후의 고용 통계를 봐도 지난 4년간 15세 이상 인구는 1백60만명 정도 늘었으나 일자리는 41만8천개 느는 데 머물렀다. 그것도 상용직은 47만7천개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이 70만9천개 늘어난 덕분이다.

신규 노동 인력의 대다수가 청년들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노동시장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는가는 되물을 필요가 없다.

고급 인력의 유휴화는 국가적 손해이자 사회 불안을 몰고 오는 요인의 하나다. 더욱 걱정스러운 현상은 이것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97년 말 외환 위기 이후 대졸자 등의 취업문이 굳게 닫혀온 지 5년째 접어 들고 있다.

그만큼 기업 내에서는 원활한 업무 승계에 공백이 우려되고 사회로 보아서도 한 연령층이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올해와 내년의 취업 기회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따라서 청년들의 실업 해소를 짧은 시간에 기대하기도 분명히 어렵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더욱 지혜를 짜내야 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인턴제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우리의 경우 실업 증가의 한 요인이 인력 수급의 불일치에서도 연유하는 만큼 학교 교육과 기업 현장간의 연계가 강화되도록 교육 현실을 개선하고 전직.전업이 가능한 직업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취업전선에 나선 구직자들도 눈높이를 낮추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청년 실업의 만성화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 사회 전체 차원에서 이를 배려하고 해결점을 찾는 지혜다.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은 눈 앞에 닥친 경영 위기 돌파에, 노조는 기존 근로자의 이익 보호에 우선해 젊은 세대의 사회 진출에 대해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

노동시장의 구조가 기득권을 앞세워 젊은 세대의 진입을 막고 임시.일용직으로만 내몰게 된다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회라 할 수 없다.

정부도 기업도 노조도 어떤 복지정책보다 일자리 창출이 가장 좋은 복지라는 관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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