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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원래 결점투성이, 그게 통한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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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JTBC 인기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김윤철(오른쪽) PD와 하명희 작가. 그들은 “인물과 작품을 보는 눈이 비슷해 별 이견이 없었다. ‘우결수’는 허황되지 않고 리얼한 이야기의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우리 시대 사랑 풍속도를 실감나게 다룬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우결수’). 지난주 종영 후에도 화제가 끊이지 않는 이 드라마의 김윤철 PD와 하명희 작가를 만났다.

 김PD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스타PD. 그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성신여대 교수로 각각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이 뜸했다. ‘우결수’가 본격 컴백작이다. 하 작가는 1994년 MBC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에 당선돼 ‘종합병원’ 등을 거쳐 ‘사랑과 전쟁’으로 필력을 쌓았다. “원래 김윤철PD의 팬이었는데 함께 작업해 영광”이라는 하 작가에게 김PD는 “항상 대본이 재미있게 나왔다”고 답했다.

이미숙

 -결혼에 이르는 갈등이 구체적이었다.

 ▶하명희(이하 하)=사실 말이 안 되는 TV드라마가 많다. 철저히 일상성과 보편성에서 출발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었다. 서로의 유치함까지 드러내는 건강한 연애, 사랑에 끼어드는 계급의 문제 등 ‘진짜’ 연애로 공감을 얻어내고 싶었다.

 -용두사미 드라마도 많다.

 ▶하=B팀(보조연출팀)을 쓰지 말자, 편집·음악까지 감독이 다 체크해달라고 부탁했다. 보통 드라마들은 처음 시청률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4회까지 대본을 엄청 고친다. 거기서 진이 다 빠지면서 얘기가 처진다.

 ▶김윤철(이하 김)=당연히 쪽대본은 없었다. 14회 대본까지 나온 다음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압축해서 편집하니 11회가 됐다. 그 탓에 후반부에는 촬영이 몰렸고, 작가는 20회물에 23회를 쓴 셈이 됐다.

 -작은 인물들까지 살아있다.

 ▶하=보통 드라마를 보면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웃긴 사람 딱 셋이다. 주위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을 쓰려고 했다. 인물에게 결점을 주는 게 중요했는데, 그들을 보며 역시 결점 있는 시청자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wounded healer(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픈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타인을 치유하는 사람이다.

 ▶김=결혼·이혼 문제를 넘어 친구·연인·부모 등 다양한 관계를 고찰하는 것도 한 포인트였다. 주인공 혜윤과 정훈, 동비와 기중의 커플에서 그게 보여진 듯하다.

 ▶하=동비-기중 라인은 감독을 만나면서 비중이 커졌다. 원래 동비는 비중이 작았고, 그 감정을 내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희한한 게 드라마를 쓰다 보면 인물들이 절로 움직인다. 극중 인물과 부딪히면서 나도 성장한다. 동비에게 많이 배웠다. 내가 워낙 단순해 동비-기중처럼 복잡한 건 질색인데, 앞으론 어두운 멜로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미숙(들자)의 명연도 화제다.

 ▶하=실제 어떤 여배우의 엄마 얘기에서 따왔다. 이미숙씨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다. 그를 생각하면서 절로 써진 대사도 많다.

 ▶김=촬영 첫날 파란 아이섀도에 뽀글머리까지 스스로 설정해서 나타났다. 딱 들자였다. 이처럼 완벽하게 준비해오는 배우는, 김혜자 선생 이후 처음이다. 장면마다 헤어, 메이크업 다 달리 하고 촬영 30분 전부터 대기한다. 대본도 철저하게 외워온다. 직업윤리 면에서 완벽한 배우다. 요즘 많은 배우들의 교만함과 나태함에 비춰볼 때 정말 존경스럽다.

 ▶하=파란 아이섀도가 너무 잘 어울려 나중에 ‘이 파란 아이새도는 김태희가 해도 안 어울리는데 제가 해서 어울리는 거예요’ 대사를 넣었다. ‘사람들 나더러 이미숙 닮았다고 해’는 이씨의 즉흥대사다.

 -주인공이 모두 신인이었는데.

 ▶김=4회까지는 좀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신체적 매력이 출중하고 자질이 있었다. 대본 읽기(연기)와 미팅을 많이 했다. 감독과 배우가 신뢰를 쌓고 캐릭터 분석, 작품 보는 법을 깨우쳐 주면 문제될 게 없다. 사실 배우한테는 칭찬이 약이다. ‘배우를 어린아이처럼 대하라’는 건 조연출 시절 김혜자 선생에게 배운 거다.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스태프는 어른처럼이다. 이걸 반대로 하면 망한다.

 -명대사가 많았다. 작가에게는 ‘사랑과 전쟁’이 도움이 됐겠다.

 ▶하=20대라면 못 썼을 꺼다. ‘결혼은 남자 여자 두 사람으로 시작해 결국 두 사람으로 남는 거’같은 대사는 펭귄부부가 자식을 다 키우면 둘이 떠나는 자연 다큐를 보면서 떠올렸던 거다. ‘사랑과 전쟁’은 내 작가 인생에서 ‘신의 한 수’ 였다. 스타 없고, 명연출자도 없이 그저 이야기의 힘으로 끌고 가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사례다. 결혼생활 10년을 70분에 담는 거니 신인작가에게는 큰 공부가 된다. 그 외 드라마의 감각은 ‘무한도전’을 보면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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