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방의원 유급보좌관 이제 접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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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방의원에게 유급(有給)보좌관을 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좌관제를 둘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은 무효”라며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박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의원에 대해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무처 등을 둘 수 있도록 하지만 이는 의회 행정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지, 의원 개인의 활동을 보좌하라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어제 지방자치의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유급보좌관을 두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만큼 국회가 하루속히 물꼬를 터주기를 기대한다”며 재론을 요구했다. 이런 형태는 지방의회의 기본 취지와 대다수 유권자의 정서를 무시한 안이한 인식의 발로다.

 알다시피 1991년 시작한 지방의회의 ‘스타트’ 정신은 자원봉사 명예직이었다. 회의비 등으로 지급되던 활동비가 2005년 월정 급여 형태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의원 유급제’가 도입된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한발 더 나가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는 유급보좌관제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차례의 유사 소송에서 법원은 일관되게 지방자치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해왔다.

 여론은 판결보다 더 비판적이다. 전국 16개 시·도의 재정자립도는 50%가 조금 넘는 정도다. 지방의원이 유급보좌관을 둘 경우 지방정부·주민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1년 동안 지방의회·지방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또 어찌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돈을 들여 보조인력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바쁘고 생산적이었다고 자평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민 복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지방의원의 활동까지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방의회의 기본취지와 낮은 재정자립도, 유권자의 비판적 시선 등을 고려해 대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조인력이 필요하면 사무국·사무처를 적극 활용하고 자신의 활동비에서 떼어내 쓸 줄도 알아야 한다. 가뜩이나 지방의회 비리가 터져나오는 판이다. 의원 개인의 권익을 늘리는 데 매달려 주민의 살림살이를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