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랑과 희생의 정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제는 부활절. 전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는 성탄절에 버금가는 큰 축제일로서 모든 기독교국가에서는 이날을 전후한 약 1주일간 갖가지 경축행사가 벌어진다. 성지「예루살렘」에는 사상유례 없는 다수의 순례자들이 모여들고, 동서를 가릴 것 없이「유럽」전역에서는 오랫동안 헤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가 한데 모여 경건한 미사와 예배에 참석한 후 저마다 흥겨운 부활절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의 특이한 풍경으로서는「스위스」·서독·화란·정말 등 여러 곳에서 수천의 반핵주의자들이 부활절행사의 하나로 월남전쟁에 항의하고 열강의 군비경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날의 유래에 대해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모를 사람이 없을 줄 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실재의 인물이었던가 아닌가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구가 전 인류의 속죄를 위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를 감수한 끝에, 사흘만에 부활의 기적을 행하였다는 것이다.
이 기적의 종교적 의의에 대해서는 기독교 교파간에서도 이론이 분분한 터이요, 더군다나 비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한낱 신화적인 전세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하여 과히 탓할 것은 못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그 부활에 관하여 벌써 수천 년을 전해져 내려온 이 기독교적 설화를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기독교가 우리에게 주는 현세적 교훈, 즉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반성해 볼 줄 아는 슬기로움을 간직해 보는 것도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구미 기독교국가 자체 내부에서조차도 오늘날 전통적인 기독교적 교리에 의한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때마침 최근 착「타임」지에서도 그 편집자는 부활절특집으로「신은 죽었는가」라는 이색적인「커버·스토리」를 싣고있을 정도이다. 기독교회내부에서까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신의 실존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그러한 신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새로운 신학이 건설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새로워져 가고 있다는 얘기가 그 줄거리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물론 일찌기「니체」가 예언했듯이 현대문명의 속화·과학화 내지는 도시화에서 오는 필연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기독교적 신의 실재에 관한 이러한 신학논쟁을 떠나서 이미「성현의 가르침」으로서 수천 년 동안 면면히 전승돼 내려왔고, 또 그에 의해서 많은 인류가 위대한 윤리적「인스피레이션」을 받아 온 기독교적 복음의 원리를 우리의 황량한 정신풍토를 개조하는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사랑의 복음인 것이다. 현실적인 인간생활에서 비록 기독교적인 무변 무한대의 박애정신이나 멸아적 희생·봉사정신을 보는 것이 지난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날로 첨예화해가고 있는 이민족간, 또는 민족내부의 대립·분쟁을 해소하고 어지러워진 사회의 도덕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하여 상기와 같은 기독교 교리의 복음과 또 지금 신·구 기독교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평화정신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으로 믿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