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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1200만 도민·교통망 장점 … KT 재정 기반 ‘든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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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는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290억원을 들여 수원야구장을 2만5000석으로 증·개축하기로 했다. 사진은 조감도. [사진=수원시청]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사는 이진수(36)씨는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팬이다. 한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서울로 응원하러 다닐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이씨가 두산의 팬이 된 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연고지로 뒀던 현대유니콘스가 2008년 3월 해체된 뒤로 애정을 쏟을만 한 야구팀을 찾지 못하다 거리가 가장 가까운 두산의 팬이 됐다. 이씨는 “야구장에 가면 관중들도 자기가 응원하는 팀으로 양분되는데 여기에 끼지 않으면 어색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없어 경기에 집중이 안 된다”며 “경기도에 야구팀이 생기면 당연히 응원팀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1200만 명이 모여 있는 경기도민 중 야구 애호가들의 고민은 이씨와 다르지 않다. 응원할 만한 프로야구단이 없어서 프로야구를 보려면 가까운 서울 잠실과 목동경기장, 인천 문학구장으로 가야 한다. 그나마 연고팀이 아니어서 어느 쪽을 편들 수도 없는 ‘이방인’ 신세다. 이런 ‘잠재적 수요’를 노리고 수원시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7일 수원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회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KT와 손을 잡았다. 경쟁자는 전라북도다. 전북은 전주·군산·익산·완주군 4개 도시를 공동 연고지로 내세워 부영그룹과 함께 10구단 유치를 신청했다. 한 도시만으로는 연고지 신청 기준인 인구 100만 명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KBO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양쪽이 낸 신청서를 검토한 뒤 KBO이사회에 제출한다. 이사회는 이번 달 말쯤 한 곳을 10구단 연고지로 선정할 예정이다.

 수원시는 접근성과 관중 수요, KT의 안정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전북과 부영그룹은 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운다. 프로야구 흥행의 결정적 요소인 인구와 접근성, 교통 면에서 수원은 전북을 압도한다.특히 수원시가 자신있게 내세우는 건 관중 수요다. 수원시 인구는 115만 명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들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전북 전주시 인구가 65만 명이고 군산, 익산, 완주군 등 공동 연고지를 신청한 시·군 인구를 모두 합쳐야 수원시보다 약간 인구가 많은 수준이다.

 주변 인구를 더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야구장이 있는 수원종합운동장으로부터 한 시간 이내 거리의 지자체들(성남·용인·안양·안산·화성·군포·의왕·과천·오산)을 더한 인구는 570만 명을 넘는다. KBO 가입을 신청한 건 수원시지만 사실상 경기도의 유치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는 야구장 리모델링비 지원 등 수원시의 10구단 유치를 전폭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초·중·고·대학교까지 엘리트 야구팀과 사회인 야구팀 등 야구 동호인 규모도 차이가 크다. 지자체와 모기업 KT의 안정적인 재정 기반과 풍부한 야구 수요가 수원시의 가장 큰 자산이다. 조인상 수원시 체육진흥과장은 “애착심을 가질 수 있는 연고팀이 있으면 다른 지역 구단의 경기를 보려고 서울과 인천으로 가는 수고를 덜게 되고 연고팀에 대한 충성도 높은 야구팬이 많아질 것”이라며 “수원 10구단이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O는 8일부터 3일간 양쪽이 제출한 신규 회원 가입 신청서를 심사한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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