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자사상표 상품 가전 · 속옷까지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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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가 자사 상표(PB.Private Brand)를 붙여 파는 상품이 고가화하고 있다. 생필품 일변도에서 벗어나 가전제품.의류에도 PB상품이 등장했다.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김치냉장고를 PB상품으로 내놓아 기존의 가전회사에 도전장을 낸 곳도 있다.

PB상품의 매력은 값이 싸다는 점이다. 반면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품질이 뒤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는 소비자도 있다. 김치냉장고.컴퓨터.의류를 중심으로 유명 브랜드와 PB를 비교해 본다.

◇ 김치냉장고=SK디투디(http://www.skdtod.com)는 최근 일간신문에 자체상표인 '이쿨' 김치냉장고와 만도.삼성.LG 등 기존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비교한 광고를 내보냈다. 냉동.항균 기능 등을 모두 갖추고 애프터서비스도 철저히 보장하지만 값은 다른 제품보다 15~40% 싸다는 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이 회사 제품 중 65만원짜리 1백40ℓ 제품은 대우전자에서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으로 납품받는다.기본 설계는 대우전자의 제품과 같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PB제품은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유통업체가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싼 것으로 안다"며 "대우전자 브랜드로는 같은 등급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개국한 농수산TV(http://www.nongsusantv.co.kr)도 '농수산TV'란 회사 이름 브랜드로 김치냉장고를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을 만드는 전문 제조업체 해피라인의 김일상 사장은 "농수산TV의 요구에 맞춰 냉동 기능과 분리보관 기능 등을 추가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며 "금형부터 조립.배송까지 직접 하고 있어 하청.재하청을 주는 대기업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점유율 1위인 '딤채'를 만드는 만도위니아 관계자는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업체가 25개에 달하지만 김치를 제대로 보관.숙성하는 기술과 노하우는 우리를 따라오지 못한다"며 "싼 값만 앞세우는 PB제품에 비해 소비자 만족도와 품질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 컴퓨터=개인용 컴퓨터(PC)는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PB상품이 발달해 온 품목이다.롯데닷컴.e-현대백화점.삼성몰.인터파크 등이 자체상표로 PC를 판매한다.

이들 제품은 모두 삼성전자.세지전자.아이돔.현주컴퓨터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를 위해 특별히 기획한 상품들이다.

가격변동이 심한 편이지만 등급이 같은 대기업 제품에 비해 값이 15~20% 싸고 용산상가 등지의 조립제품보다는 다소 비싸다.

e-현대백화점이 '온리유'상표로 파는 펜티엄4 1.5㎓급 제품을 삼성전자의 동급제품과 비교하면 기본적인 사양이 거의 같지만 값은 2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e-현대 관계자는 "PC는 부품이 규격화돼 있고 사양이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품질에 비해 값이 싸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양이 같아도 품질관리.전용 소프트웨어.사후 교육지원 등에서 차이가 크다"며 "사소한 고장.의문에도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망은 대기업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 의류=의류는 전자제품 등과 달리 소재.색상.재봉질 등 기본적인 기능 외에 착용감.이미지 등이 값과 구매 여부를 좌우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브랜드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지 게 마련이다.

그러나 내의류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 실용성과 가격을 따져 구입하기 때문에 유통업체 PB제품으로 많이 나온다.

롯데 마그넷이 의류업체 태창과 함께 만드는 '마그넷 빅맨' 팬티.런닝셔츠의 경우 면 90% 이상에 폴리에스테르 10% 미만을 섞은 혼방제품.흰색에 디자인이 단순한 이 제품은 1천8백(삼각 팬티)~1천9백원(러닝셔츠)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임스딘''보디가드'등 유명 브랜드 제품은 혼방과 면 1백% 제품이 1만~1만5천원선이다.여기에 소재가 실크이거나 특별한 기능이 있으면 값은 1.5배 정도 더 비싸다.디자인.색상.브랜드 등을 통해 PB제품보다 5~8배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