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이마트 대표 “생색내기용 미끼상품 할인행사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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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허인철 대표

이마트가 ‘미끼상품’을 내세운 할인행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형마트 중 처음이다. 올해 설립 20년째를 맞는 이마트는 외형 키우기 경쟁도 그만하겠다고 나섰다. 신세계그룹에서 경영전략실장(사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취임한 허인철(53) 대표의 방침이다.

 허 대표는 3일 “생색내기용 미끼상품을 없애는 신고객만족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배추나 돼지고기·패딩점퍼 등을 30~40%씩 싸게 파는 할인행사를 수시로 열었다. 하지만 고객이 몰리면 수량이 부족해 품절되기 일쑤였다. 대형마트는 “한정상품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해명만 되풀이해 손님 끌기용 할인행사라는 원성을 사곤 했다. 허 대표의 ‘미끼상품 제로’ 선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자성에서 나온 것이다.

 - 어떤 내용인가.

 “상품이 품절돼도 약속했던 할인 기간 중에는 행사가격으로 팔겠다는 거다. 한 매장에서 할인상품이나 광고상품의 인기가 높아 행사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품절됐다고 치자. 그러면 행사 기간 중 구매를 원하는 고객한테는 구매보장 쿠폰을 증정했다가 10일 안에 똑같은 상품을 구해 할인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 미끼상품 제로를 선언한 이유가 뭔가.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졌다. 그래서 대형마트들이 사전에 충분한 물량을 준비하지도 않고 할인행사를 많이 했다. 그렇다 보니 행사 기간 중 상품이 동나기 일쑤였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한테 당연히 미끼상품이 아니냐는 원성이 터져나왔다. 이는 결국 대형마트의 신뢰 추락을 가져왔다. 신뢰를 잃어서는 장사를 오래할 수 없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 사랑받는 대형마트가 되려는 거다.”

 대형마트에서 할인상품이나 전단지 광고상품은 30~40%씩 가격이 싸다 보니 보통 때보다 3~10배가량 많이 팔린다. 이마트는 앞으로 미끼상품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행사 때마다 납품업체와 품절 예방 네트워크를 구성해 가동할 방침이다. 행사 상품의 재고를 파악해 수시로 추가 생산과 배송을 하기 위한 것이다. 허 대표는 “이마트는 업계 1위로 물량 확보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며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산지에서 더 이상 나지 않는 일부 신선식품을 제외한 80% 정도는 미끼상품을 제로화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마트 간 할인 경쟁이 붙다 보니 매주 할인행사를 하기도 한다”며 “싼값에 상품을 팔아야 할 대형마트가 할인행사를 자주 한다는 건 평소 비싸게 판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는 지난해 말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다. 허 대표는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출점 경쟁이 골목상권과 충돌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마트의 SSM인 에브리데이 출점은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다. 그는 또 “대형마트가 신규 출점을 통해 성장하는 시대도 끝났다”며 “앞으로는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본래의 경쟁력을 높여야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납품업체와의 상생도 강조했다. 그는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간 공정거래 원칙을 쌓는 데 주력하겠다”며 “공정거래 원칙이 서면 상생이나 동반성장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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