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깊게 생각한 적 없어 … 아이에게 냉정한 캐릭터 쉽지 않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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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3류 음악감독 유일한 역을 맡은 배우 김래원. 그는 “이 영화가 내 대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김성훈 감독·10일 개봉). 3류 음악감독이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문화가정 소년과 짝이 돼 꿈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실제 스리랑카-한국 가정의 2세인 지대한 군이 주인공 영광 역을 맡았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로 ‘완득이’가 있었지만, 완득이가 배우 유아인의 몫이었던 걸 생각하면 한국영화의 품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감독 유일한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소년에게 향할 게 뻔한데도 김래원(32)은 그 역을 기꺼이 맡았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SBS·2011)에서 치매에 걸린 여인을 사랑하는, 정적인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 허세 가득한 캐릭터로 나온다.

 영화는 따뜻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김래원의 섬세한 연기가 소년의 순수함을 받쳐준 덕이다.

2012년 마지막 날 만난 그는 “소년과 아버지가 주인공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너무 좋아해서, 꼬마와 함께하는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어린 아이와 호흡을 맞췄다.

 “대한이는 1년 전 캐스팅돼 연기를 배우고 있었다. 그게 오히려 방해가 됐다. 영화 속 영광이는 서툴고 어색한 모습으로 오디션에 도전하기 때문에, 연기가 정형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한은 영화 속에선 영광을 싫어하다가 점점 정들게 된다. 그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부러 처음에 아이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것도 어려웠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야기의 축인 만큼 특별한 재미도 있다. 뮤지컬 ‘쓰릴미’의 이종석 연출가와 ‘빌리 엘리어트’의 배우 정진호·박준형 등이 참여한 뮤지컬 파트가 화려하다.

 -브로드웨이에서 찍은 장면도 있다.

 “볼거리도 되지만,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닷새라는 짧은 기간에 찍느라 하루 3시간씩 자며 진행했다.”

 - 직접 노래하고 싶지는 않았나.

 “영화 ‘해바라기’ ‘인사동 스캔들’에서 노래를 했는데 별로 반응이 없었다. 대신 피아노는 직접 쳤다. (웃음) 극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대한이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내가 나오지 않는 뮤지컬 무대 장면 촬영 때도 거의 함께했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실제 성격도 좀 밝아졌다. 사실 너무 얄밉게 굴면 관객이 감정이입을 못할까 봐, 수위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 이기적인 일한이 변해가는 과정이 울림을 주지 않을까.”

 -다문화 가정 얘기다.

 “원래 편견이 없었다.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나랑 다르다, 그러니까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를 만들지 않을까. 혹여 편견을 가진 분들도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많이 바뀌실 것 같다.”

 -주안점을 둔 부분이라면.

 “지금까지는 뭔가 막 짜내려고 했다. 그런 모습이 스크린에 비쳤다. 이번에는 정말 힘을 빼보려고 했다. 아이를 위해 일한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는데,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일부러 아무 준비를 하지 않고 갔다. 어떤 계산도 없이 몰입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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