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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당의 창당대회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 상오 9시 서울 시민회관에서 8백여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당은 드디어 창당대회를 가졌다. 『야당부재의 현실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신의 있는 선명야당이 될 것』을 자기하면서 높은 기치를 들고나선 신한당에 우리는 우선 축하의 뜻을 표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년 가을 치열한 한·일 협정비준 반대투쟁을 계기로 하여 새로운 강경야당의 출현이 예기 된지 이미 6개월, 그동안 신당의 노선과 조직원칙 등을 둘러싸고 많은 의견들이 혼선을 보였으나 이제 신당제1호의 창당대회를 보게 되었다는 것은 어쨌든 인상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신한당을 신당 제1호라고 칭하려는 이유는 아직도 몇 파의 정치세력들이 정당조직을 향하여 꾸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현재의 신한당 세력은 작년 가을의 대정부 투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민중당의 한 분파가 중심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잇는 것으로 기타에도 「조국수호협」의 내부 혹은 그 외곽에 많은 야당세력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또 보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시초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점차 이견을 노정하여 단일신당으로의 성장을 보지 못하였으나 역시 신당운동의 시동은 결코 중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신한당의 창당대회에 축의를 표하면서도 그것이 이 모든 신당운동을 지향하는 세력들을 포섭하지 못하고 오직 일부만을 가지고 고고의 소리를 울리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결과가 된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이것은 적어도 스스로 약체화를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신한당은 계속 이점을 반성하고 자체의 보강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한당은 소위 강경파의 집단이라고 평가되어 있다. 선명야당이 될 것을 자기하는 입장에서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적 인상으로 볼 때 신한당의 조직과 노선은 다소 문호 폐쇄적인 점이 있지 않나를 느끼게 하는 바가 있다. 「선명」은 높이 평가하나 반드시 그것은 폐쇄적인 「오리엔테이션」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신한당은 이후에 있어서도 적어도 승리를 쟁취하려면 문호를 널리 개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군이 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적진으로 몰아 넣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간언이다. 아직도 신한당의 주변에는 신한당의 우군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 우군들을 어떻게 자체의 조직 속에 끌어들이느냐는 금후 신한당이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문제가 될 것으로 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정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야당이 명년선거에 대비하여 여하한 포진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입후보를 어떻게 하느냔는 전국민의 지대한 관심거리가 되어 있다. 야당단일 입후보는 양식 있는 국민들의 소망이지만 과연 이것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는 하나의 커다란 의문이다. 이점에 대하여 우리는 신한당의 태도를 크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나친 분파적 감정이 대국을 그르치는 과오를 또다시 범해서는 아니 될 것이 아닌가. 야당단일 입후보를 위한 모색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신한당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바라며 동시에 그 겸허하고 진지하고 너그러운 움직임이 전개되기를 요망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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