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 타결됐지만 … 상반기 주가 상승 낙관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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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상저하고(上低下高)다. 중앙일보가 5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2013년 주식시장 흐름을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나온 답변이다.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야당인 공화당의 협상 끝에 타결됐음에도 상반기는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협상이 결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주식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었던 탓이다. 재정지출 삭감에 대해 미국 정부와 공화당이 2차 줄다리기를 벌여야 하고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것도 이유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어차피 재정절벽 협상은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타결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대세를 바꾸는 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호재이기는 하지만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5개 증권사가 예상한 코스피 지수 최고치 중 가장 높은 것이 2400(한투증권), 최저치중 가장 낮은 것은 1750(대우증권)이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1997.05로 마감했으니 올해 올라도 확 오르지 않고, 내려도 푹 꺼지진 않을 걸로 본다는 얘기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U자 또는 L자형의 더딘 속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고, 기업 이익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작다.

 다만 경기와 주가가 늘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증시가 기댈 곳은 각국의 경쟁적인 돈 풀기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센터장은 “긴축에서 지출 확대로 바뀌는 각국 정부의 정책이 올해 경제와 증시의 긍정적 키워드”라고 했다.

 전체 기업 이익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쑥쑥 크는 기업은 있다고 리서치센터장들은 예견했다. 이익의 질이 좋아지면 그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휴대전화와 자동차, 일부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그런 경우였다. 올해는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좋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올해는 경기방어주보다 경기민감주가 나아 보인다”며 “하지만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감안하면 경기민감주 중에서도 예전처럼 ‘차화정’(자동차·정유·화학)이 아니라 IT하드웨어와 자동차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유망종목으로는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전원이 삼성전자를 꼽았다. 지난해 세계적인 불황에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고, 이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삼성전자 독주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신 센터장은 “올해 IT는 소수 리더만의 게임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후발업체의 참여가 가능한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소재 주식의 부활을 예견한 시각도 눈에 띈다. 두 명의 센터장이 LG화학을 추천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2012년 장부에 대부분 반영돼 부담 없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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