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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 심장질환 수술에도 무수혈 수술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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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부천세종병원에 처음 무 수혈 센터가 설립된 이래 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병원, 서울백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등 전국 주요 종합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의 경우 지난 15년간 4백70명의 환자를 수혈 없이 수술했다. 생후 4개월된 선천성 심장질환 어린이에게도 무혈 수술을 시행했다. 무수혈수술에 대해 살펴본다.

◇ 무수혈 수술이란=수술엔 출혈이 따르므로 수혈이 필요하다. 위암 수술의 경우 3~5파인트(1파인트=3백20㏄)의 혈액을 수술 도중 수혈한다.

그러나 무수혈 수술은 일절 남의 피를 수혈하지 않는다. 무수혈 수술은 세 가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첫째 적혈구 생산과 철분 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수술전 철분제와 비타민B 등을 투여한다. 특히 혈액을 만들어내는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 투여가 필수적이다.

둘째 수술 시간의 단축과 내시경 사용, 지혈제나 혈압 강하제 투여, 저 체온 유지로 수술 도중 나오는 피의 양을 최소화한다.

셋째 자신이 수술 한달 전 미리 뽑아둔 혈액을 쓰는 자가 수혈이나 수술 도중 흘린 피를 모아뒀다 다시 넣어주는 자가 혈액 회수법 등을 통해 수술 후 빈혈 가능성을 줄인다.

◇ 왜 필요한가=무수혈 수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여호와의 증인 등 교리상 수혈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다. 해마다 서너명의 교인들이 생명이 위태로운 수술임에도 수혈을 거부해 의료진과 승강이를 벌이곤 한다.

둘째 드물지만 헌혈자의 혈액이 에이즈나 매독 등 질환에 감염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적십자사 남부혈액원이 매독균에 감염된 혈액을 정상으로 잘못 통보해 환자가 수혈받은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남의 피가 섞이는 과정에서 드물지만 응고 장애나 발열, 공기 색전증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 수술 결과는 어떤가=대량 출혈로 심한 빈혈이 우려되는 수술이 아니라면 무수혈 수술이 오히려 수술 후 결과가 좋을 수 있다.

연세대의대 일반외과 노성훈 교수팀이 91~95년 다른 장기(臟器)로 전이가 안된 위암 수술 환자 1천7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합병증 발생률이 비수혈 그룹은 6.3%인 데 반해 수혈 그룹은 12.9%로 두배가 넘었다.

재발률도 비수혈군이 20.7%인데 비해 수혈군에선 32.8%로 높았다. 3기 이상 중증 위암 환자들의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비수혈군이 54.1%로 수혈군의 42.4%보다 높았다.

◇ 어떤 질환에 가능한가=일반외과에서의 담낭.위장.대장.유방.갑상선 절제술, 신경외과의 동맥류 결찰술, 정형외과의 엉덩관절 인공관절 이식술, 비뇨기과의 방광 절제술 등 대부분의 수술에서 가능하다.

가슴을 열고 수술하는 흉부외과의 심장판막 질환.협심증.대동맥류 수술도 무수혈로 가능하다.

부천세종병원 마취과 이종현 과장은 "수혈이 좋은 것이란 노년층의 막연한 인식이 이용 확대에 장애가 되나 최근 비약적인 의료기술 발전으로 대부분의 수술을 무수혈 수술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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